인연, 그리고 ‘우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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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그리고 ‘우리’에 대하여
  • 문지아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10 13: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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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웰니스앤컬처뉴스 문지아 칼럼니스트] 사람이 태어나 대충 80세 정도에 생을 마감한다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되고 얼마나 많은 인연을 떠나보내게 되는 걸까?

‘인연’이란 말을 떠올리면 자동 떠오르는 불가에서의 ‘시절인연’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인연이 무르익어야만 일이 성사되기 마련이라는 ’시절인연‘이라는 이 말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위한 가장 알맞은 때, 어떤 일이 성사되어지기에 가장 적절한 상황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만나지는 모든 인연이 ’시절인연‘에 해당되면 인연으로 인해 벌어지는 다툼과 헤어짐도 보다 줄어들 것이고, 그로 인한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덜 자각하며 살게 될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만나도 모르고 스쳐 지나가고, 보통 사람은 좋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라 했던 피천득 님의 ‘인연’이란 수필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하루이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들은 이 중 어떠한 사람이고 어떠한 인연들을 마주하고 있는가.

코로나로 인해 극도로 외부활동에 제약이 가해진 이후 예전보다 SNS에서의 활동은 오히려 더 활발해지고 다소 적극적, 능동적이 되어가고 있다. SNS라면 다소 시간낭비다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나 또한 코로나가 딱 시작한 그때부터 SNS를 접하게 돼서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항상 내가 활동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떠올릴 때마다 ‘파르마콘’이란 단어를 연관 안 지을 수 없을 정도이고 때때로 씁쓸해 질 때가 많아졌다.

한 사람이 오천 명까지 가질수 있는 페친, 이것은 다시 말해 오천 가지의 인연의 가능성이 주어진다는 의미이다.

페이스북은 한쪽 측면에선, 어쩌면 시간을 낭비하고 인생을 좀먹는 지극히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산물이겠으나 한편으론 지금처럼 코로나라는 상황에서 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새로운 인물들을 마주하게 되고 더군다나 친구인 ‘페친’을 내 임의대로 골라 선택할 수도 있으며 가만히 자리에 앉아 페친들이 공유해 주는 포스팅만 잘 찾아 읽어도 어디 세미나에 참석해서 강연을 들은 것 이상으로 좋은 정보들을 넘치게 얻어 챙길 수 있어 너무나도 유용하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페이스북을 좀 하다보니 오프라인에서 보다 잦은 인연으로 인한 불편함이 생겨나고 페친관계가 되었다고 다 친해지는 것도 아니다. 어느 만큼 공감대도 형성돼가야 하고, 부지런히 공감표시도 해주어야 하며 댓글로도 관심과 동조의 표현을 더해야만 조금 특별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좀 더 솔직하게 이러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인연! 잘만 만나면 글자 순서가 서로 바뀌어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소중한 은인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갈수록 우리는 이러한 인연맺기에 조금씩 경솔해지고 가벼워지지 않나 싶다. 글이 좀 우호적이거나 우연히 몇 번 나눠 본 메시지로 대화가 좀 통한다 싶으면 섣불리 좋은 인연으로 단정 짓고 바로 ‘우리’라는 관계에 그를, 그녀를, 그들을 편승시켜 놓는다. 이 중, 두 사람 사이만으로 국한지었을 때의 ‘우리’라는 단어를 좀 더 생각해보자. 나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 ‘우리’라는 말을 정말 좋아했었다. 하지만 하루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세월이라는 옷을 조금씩 껴입게 되면서 몰랐던 것, 못 느꼈던 것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이 ‘우리’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 ! 괜히 들뜨게 하고 은밀한 느낌마저 주고 설레게 하며 이유 없이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말일 수 있다. 적어도 둘 사이의 관계가 좋을 때에는.

이렇게 총천연색 무지개색 같은 달콤한 언어일수 있는 ‘우리’라는 말이 관계가 틀어지고 멀어지면서 급기야 완전히 깨어지며 각자의 길로 들어서면, ‘우리’는 더 이상 ‘나’와 ‘너 ’사이엔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부질없이 의미부여 해오던 이 단어는 관계의 단절만큼 부정적이거나 서글픈 기억을 수반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란 말은 거리와 상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별로 친밀하지 않은 ‘너’에게 불쑥 우리라 칭하고 우리임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는 정도의 거리가 좁혀지고 어느 정도 친밀감이 생겨날 때야 비로소 자연스러운 ‘우리’가 되어진다.

거리가 좁혀진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여기서의 ‘거리’라는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심과 호감 그리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것과도 연관 되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관계들이 긍정적이고 협조적일 때 비로소 그 거리는 좁혀지고 가까워진 것으로 인식되고, 관심도 호감도 없어지고 설상가상 나와 너무 맞지 않거나 이해 불가 또는 이해란 말 조차도 떠올리기 싫을땐 거리감이 확 느껴지고 거리를 멀찍이 두고 싶어진다. 여기서 더 심해지면 그냥 거리 개념조차 언급할 가치도 없다 판단하고 가차 없이 차단하고, 아예 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깡그리 그와 관련된 기억들을 말소시켜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 한번쯤 우리들은 각자의 인연들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은 요즘 함부로 경솔하게 너무나도 많은 ‘우리’를 만들어 가고 있진 않은가 말이다. 그 순간엔 너무나 즐겁고 맘에 들었던 관계들이 어느 순간, 단지 그 순간에만 국한되어 좋았던 것임을 깨닫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다시 말해,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우리’로 치닫고 있진 않은가 싶다.

철벽을 치며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철저히 홀로를 주장하며 사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나, 비록 순간이었을 지라도 나의 에너지를 소진하며 응원하며 신경 썼던 ‘우리’가 다시 원점의 ‘나’ 그리고, ‘너’로 돌아갔을 때의 그 허탈함과 서글픔을 알기에 조심스레 냉정히 ‘우리’라 묶어왔던 몇몇 무의미한 관계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필요도 있는 듯하다.

급히 먹은 밥에 체하듯이, 급히 기분 내키는 대로 너무나도 쉽게 곁을 줘버리고 후회할 상황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오래가는 인연, 믿음이 가는 인연을 위해 그 사람의 반만 보고 성급히 결정하지 말자. 오래 걸리더라도 전체를 보고 느끼고,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하고 의미 있게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얼마든지 차단해버리면 그만이고 새로운 사람으로 물갈이하며 즐기면 되지라는 무책임하고 경솔한 사고방식으론 그 사람은 그 자신 또한 그렇게 대하는 사람들만 만나 평생 진정한 인연을 모르고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제 좀 더 진중해지자. 무분별한 ‘인연들’을 마구 만들어 가기보다는 나는 맺어지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젠 깊이 오래 지켜보다 내 인생의 끝까지 한 편이 되어 끝까지 가줄 수 있는 진정한 ‘우리’로서의 인연. 인생의 참된 벗들을 만나고 싶다.

인연이란 어찌 보면 쉽게 만나고 스쳐 지나가듯 단순하고 가벼울 수 있다 생각이 들지만, 어찌 보면 정말 어려운 것이 인연이다. 그만큼 만나고 이어 나가고 아름답게 끝맺기가 어려운게 바로 이 인연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인연에 정성을 들이고, 피다 마는 꽃이 아니라 나중에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의 물을 주며 진정한 아름다운 인연의 꽃이 내 인생에 피어날 수 있도록 조금 더 힘 써보는 하루하루를 살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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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2021-09-10 22:35:30
내 모든 인연을 위해 관심과 노력을 주는지~ 돌아보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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