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앤컬처뉴스 정선 기자]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안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한 날이 있었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상상하기도 했었다.
그 상상력의 범위 안에는 국가적 재난 상황도 있었다. 가령 태풍이라거나 홍수와 같은 '학교에 가기 힘든' 국가적 재난 같은 것 말이다. 전염병이 창궐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아무리 애였다고는 하지만 ‘정말 철 없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재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무엇이든 다 만들어낼 수 있는 인간도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한 지역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몇 개월 만에 국제적 재난으로까지 번지니 ‘소리 없는 전쟁’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과도 다를 바가 없는 이 시기에 주변 곳곳에서 앓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각 분야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리시에서 중·고등 사립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박유리 씨(41)는 두 개 지점을 운영하다 코로나19가 점점 확산됨에 따라 학원 문을 닫게 되면서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버티다 결국 두 개 지점 중 한 지점은 닫기에 이르렀고, 몇 달 째 그냥 나가버리는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고 한다. 현재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에서는 학원(교습소) 운영 중단 권고가 내려진 상황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공연계는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형 뮤지컬부터 소극장 공연까지 연이어 취소되거나 단축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업계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A씨는 공연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수입이 없어져 당장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공연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은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문화예술계가 받은 경제적 타격에 공공기관이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로 생활이 어려워진 예술인을 돕기 위한 정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의 지원 조건이나 신청 절차가 까다로워 이조차도 지원받기 힘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되며, 수업이 모두 비대면으로 대체되자 맞벌이 부모들의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온다. 직장인 B씨는 어린 아이를 두고 회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에 아이 맡길 곳을 찾아 나서느라 바쁘고, 또 어른들도 하기 복잡한 비대면 수업을 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로그인해줘야 하는 현실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했다.
사회 곳곳에 코로나 여파로 피해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사실 재앙이란 모두가 다 같이 겪는 것이지만 그것이 막상 우리의 머리 위에 떨어지면 여간해서는 믿기 어려운 것이 된다. 이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많은 페스트가 있어 왔다. 그러면서도 페스트나 전쟁이나 마찬가지로 그것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언제나 속수무책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예민하고, 힘든 시기다. 머리를 맡대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소리없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현명함을 발휘하여 함께 견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