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짧아지면 생각도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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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짧아지면 생각도 짧아진다
  • 이진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18 14: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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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이진선 칼럼니스트] 몇 년 전 일이다.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난데없이 사흘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3일을 쉬는데 왜 4일 쉰다고 보도하느냐는 댓글 때문이다. 사흘은 세 날을 의미하는 우리말이고 네 날은 나흘이라고 부른다. 요즘 세대들의 어휘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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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통신과 인터넷 보편화의 양면성 때문이다. 통신 기술 발전과 인터넷 상용은 SNS 확산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정보를 빨리 얻는데 익숙해졌다. 장문보다는 사진과 단문에 흥미를 보이고, 조금이라도 글이 길어지면 스크롤을 내려버린다. 마치 긴 글을 읽으며 이해하는데 필요한 인내심은 상실한 것 같다. 이를 반영하듯, 2022년 문화체육부에서 실시한 <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6천 명 중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52.5% 라고 한다.

SNS의 확산이 비단 독서량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필요한 내용을 빨리 전달하면서 글을 편하게 쓰려는 습관이 더해지면서 신조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발음대로 글자를 표기하거나 줄임말로 표현함으로써 부적절한 표기법이 남발하게 되었다. ‘스불재’ (스스로 불러온 재앙)와 같이 뜻을 유추하기도 힘든 신조어를 만들어 소통하면서 기성세대와의 소통도 단절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아이들의 학습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08년 발행된 국립국어원의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에 따르면 문맹률은 1.7%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OECD가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읽기 수준이 2006년 세계 1위에서 2018년 9위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문해력의 향상에 변화는 있었지만 상위권 학생들의 비율은 정체된 반면 하위권 학생들의 비율이 2018년 15.1%로 3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아이들이 비판적 사고와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공부하며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여기에 어휘부족 문제까지 겹쳐 교과서의 내용 파악이 힘든 경우를 더하면 문해력 향상은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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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합적 문제의 한 가지 해결책으로 ‘독해력(문해력) 향상 훈련과정’ 시행의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먼저, 독해력(문해력) 진단 테스트를 통해 아이의 현재 독서 능력 상태를 파악하고, 이후 본인의 수준에 맞는 책을 접하면서 글을 읽는 방법을 지도하자는 취지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지금도 독서 수업이 있지만, 교사의 역량에 의해 글을 읽는 방법을 지도하기보다 이론에 치우친 수업으로 과목이 하나 더 늘어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국어시간을 늘리자’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기존의 독서수업과 같은 이유로 근시안적 발생이라 평가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문해력을 키우려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글을 읽기 시작해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것에 치우치기보다는 충분히 읽을 시간을 할애하며 읽은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표현 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저학년 아이의 경우 아이가 독서를 할 때 부모가 같이 책을 읽으며 내용을 서로 말해보는 것이다. 특히 지식 습득을 위한 글을 읽을 때 아이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어휘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추가로 설명해줌으로써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독서 활동인 동시에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돕는 시간도 될 수 있어 아이의 두뇌 발달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독서가 어휘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부모들의 맹목적인 믿음으로 아이들이 ‘다독’에만 노출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줄거리만 나열하는 상태가 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사회가 발전한 만큼 우리의 삶은 편리해졌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는 언제나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지적만 하기보다는 같이 풀어가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서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을 지속한다면, MZ세대를 ‘실질적 문맹인’이라고 일컫는 지적과 기존 세대를 ‘꼰대’라고 여기는 식의 세대 간 격차를 나타내는 표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진선 칼럼니스트

- JS 어학원 원장

- 사법통역사, 전문 통역/번역사 (영어)

- 미국 타코마교육청 인증 ESL 강사

- 북코디네이터 (영어)

- Google Educator , TESOL Canada

- EBS진로진학 상담 전문가

- 세대공감 라파스랩 수석연구원

- <거인을 깨우는 사람들> 저자  - 통합폭력예방 교육강사, 금연/금주 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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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2022-10-19 00:08:18
현재 아이에게 제일 필요한 포인트를 지나치고 있었네요~
다시한번 일깨워 주셔서 넘넘 감사드립니다~
항상 멎지신 울 원장님~홧팅입니당♡♡♡

주연 2022-10-18 17:54:33
수준에 맞는 다독! 정말 필요합니다

이지영 2022-10-18 17:52:40
좋아요 ~~^^.
축하드립니다.
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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