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앤컬처뉴스 김현석 기자] 오늘 랜선 갤러리에서 소개할 전시는 시오타 치하루 작가의 ‘인 메모리’이다.
시오타 치하루 작가는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코토 세이카대학을 졸업하고 1996년 독일로 건너갔다. 그 후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 독일 브라운슈바익 예술대학,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수학했다.
1993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00회 이상의 개인전과 단체전 등에서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2015년에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 대표 작가로 참가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국제적으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부탁이야.”
시오타 치하루가 흰색 실로 공간에 그림을 그리듯 거대한 전시장을 가득 채우게 한 글귀다. 작가가 2020년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할 때 동료 작가에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 ‘흰’을 선물 받았고, 책에 등장하는 이 문구는 이번 메인 전시 색깔이 '흰색'일 만큼 작가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작가는 흰색이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생과 사' 양쪽 다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죽음이 있으면 다시 시작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양쪽 다 표현하는 색깔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1 전시장엔 드레스를 그린 판화와 드로잉 작품들도 함께 설치됐다. 옷과 창문은 실과 함께 작가의 작품에 자주 쓰이는 재료로, 외부와의 경계를 상징한다. 작가는 “옷은 나와 외부를 경계 짓는 제2의 피부, 창문은 지리적 경계를 상징하는 도구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제2 전시장에서 드레스 작업으로 인간의 존재를 알리는 전시는 다양한 오브제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주인 모를 오래된 책, 의자, 놀이용 카드 등 여러 오브제를 하얀색 실들이 감싸 안았다. 이 오브제는 작가가 베를린 벼룩시장에서 구한 것들로, 삶, 죽음을 관통하는 기억과 연결 돼 있다.
제3 전시장엔 이번 전시의 메인인 대형 설치작 ‘인 메모리’가 기다린다. 흰색 실이 전시장 천장으로부터 아래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길게 뻗으며 전시 공간을 채웠다. 마치 캔버스 속 그림이 현실로 튀어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시오타 치하루는 “제게는 살면서 행하는 모든 것들이 예술입니다. 과거에 전시 직전 암 선고를 받은 적이 있어요. 당시 항암제 가방을 들고 전시장을 돌며 작업했죠.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졌을 땐 이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서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했어요. 제겐 산다는 것 자체가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에요. 제가 가장 무서운 건 죽으면 예술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술을 하지 않는 것이 제겐 죽음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