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이 부족한데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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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 부족한데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 유영만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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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웰니스앤컬처뉴스 유영만 칼럼니스트] “모험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일본 철도 광고에 나오는 말이다. 모험이야말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모험을 해도 그걸 표현할 언어가 부족하면 모험은 가치를 잃는다. 그래서 언어가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배우는 언어의 품격이 나의 품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철도는 어른들에게 낯선 곳으로 모험을 떠나라고 추천한다. 
개념도 마찬가지다. 개념이 부족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부족한 개념을 보충하는 방법은 각종 문학작품이나 책을 읽는 것이다. 이제껏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의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 늘 익숙한 개념에만 안주해 살아갈 것인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개념은 인격”이라고 했다. 내가 사용하는 개념의 격이 곧 나의 인격이고, 내가 사용하는 개념의 한계가 곧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사용하는 개념의 차이다.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어른이 개념적 성숙을 통해 인격을 갖추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어른도 어른 나름이다. 어른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개념의 성숙이다. 살다 보면 수많은 개념이 우리에게 다가와 우연히 꽂힌다. 그 개념들은 성숙과 숙성을 거쳐야만 신념이 된다. 내가 의도적으로 포착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떠도는 관념은 그저 떠도는 관념에 그친다는 뜻이다. 어제와 다른 개념을 만나지 않으면, 오늘을 살고 미래를 지향해도 여전히 나의 세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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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수아가 《당나귀들》 배수아(2005). 《당나귀들》. 서울: 자음과 모음.
에서 사용한 표현을 빌리면 ‘언어의 틈새’를 메우려는 노력이 부단히 전개될 때 언어의 쓸모도 한층 더 의미 있어진다.[주석번호] 경이로운 순간을 목격했지만 기존 언어로는 그 장관을 표현할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언어를 찾아 나서는 노력 속에서 언어의 틈새는 발견된다. 이제껏 배운 언어로는 표현이 안 되는 감동적인 순간이나 처절한 절망의 시간을 보낼 때마다 언어의 틈새는 점차 벌어진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해 다시 새로운 언어를 찾아 나서거나 스스로 창조한다. 
기존의 언어로는 일상의 기적을 담아낼 수 없을 때, 거기에 좌절하지 않고 다른 언어를 찾아 나서거나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려고 몸부림 칠 때 언어의 틈새는 조금씩 좁혀진다. 그 순간 내 언어의 쓸모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언어의 쓸모가 어제와 다르게 업그레이드될 때 사람의 쓸모 역시 어제와 다른 모습이 된다. 

언어는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한다. 계속 움직이면서 상태가 바뀐다. 창의적인 사람은 한번 배운 언어도 시간과 장소, 사람에 따라 끊임없이 바꿔가며 동태적 의미로 다시 사용한다. 언어 사용에 변함이 없다는 의미는 사고체계의 혁명도 멈추었다는 뜻이다. 
꼰대는 입력장치는 고장 났는데 출력장치만 살아 있는 사람이다. 꼰대의 언어는 늘 진부하고 과거형이다. 하지만 리더의 언어는 늘 새롭고 미래형이다. 동일한 언어도 어제와 다른 방식과 용법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언어를 배우고 습득하는 데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만큼 그의 언어의 쓸모도 업그레이드된다. 
뭔가 다른 어른은 오늘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해 어제와 다른 모험을 떠난다. 어른이 어른답다고 느껴질 때는, 성숙한 사고를 격이 다른 언어로 표현할 때다. 그가 미치는 영향력도 당연히 다르다. 세상에 육체적 어른은 많아도 정신적 어른이 드문 이유는,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력의 차이 때문이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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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인정하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어른이 많다. 미성숙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 어른은 어리석어 보인다. 뭔가 다른 어른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부터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늘 어제와 다른 낯선 세계를 탐험하기 때문에 경이로운 순간을 만날 때마다 언어의 부족을 느낀다. 오늘 만난 언어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내일의 나는 어떤 언어를 공부할 것인가? 여러분이 배우는 언어가 여러분을 삶의 주연 배우로 만들어줄 것이다. 

 

유영만은 지식생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다. 삶으로 앎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학자의 주장보다 문제의식이 주는 긴장감에 전율하는 경험을 사랑한다. 오늘도 삶의 철학자로 거듭나기 위해 일상에서 비상하는 상상력을 배우며 격전의 현장에서 현실을 매개로 진실을 캐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책 쓰기는 애쓰기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등 90여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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