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공간, 안녕하십니까?
상태바
당신의 공간, 안녕하십니까?
  • 권도윤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02 13:00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웰니스앤컬처뉴스 권도윤 칼럼니스트] 건설사 광고 카피처럼, 우리는 “집이 무엇이든 되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옛날’의 집은 추위나 더위, 동물의 위협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곳에 불과했다. 단순했던 집의 기능은 거주의 목적이 분명해지고 개인의 욕구를 대변하는 곳으로 발전했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바바라 페어팔은 그의 저서 『공간의 심리학』을 통해 주거에 대한 욕구를 여섯 가지로 구분했다. 불안과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싶다는 ‘안전 욕구’, 느긋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휴식 욕구’,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찾는 ‘공동체 욕구’, 타인에게 나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하는 ‘자기표현 욕구’,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즐기는 ‘환경 구성에 대한 욕구’.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다니는 ‘심미적 욕구’가 그것이다.

외부 자극으로 안전이 보장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편히 쉴 수 있는 욕구를 느낀다. 이 휴식의 욕구는 익숙함 만을 뜻하지 않는다. 익숙함이 편리함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신발이 어수선하게 놓여 있거나, 옷장을 열기 위해 쌓인 물건을 치워야 하거나, 식사를 위해 식탁 위 잡동사니를 한쪽으로 밀어 놓아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사람은 누구나 불편하면 그 자리를 멀리하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 생활 공간이 불만족스러다면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불안의 근원지가 주거 공간이 되면 마음이 편치 않고 조마조마한 상태에 이르게 되고 새로운 환경을 꿈꾸게 된다. 한시적이라도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위로와 휴식을 얻고자 한다.

특별히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어지럽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여행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생각 정리를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숙박 시설의 이불만 정리하고 왔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집안에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휴식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억지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는 온전히 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현대인들은 대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일터에 나가고 주말이 되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만남이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집을 장기 투숙하는 곳으로 여기는 ‘장소’로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살면서’도 내 공간을 ‘살피는’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꾸준한 15분의 힘을 믿는다. 잠들기 전 15분, 퇴근 후 15분, 식사 후 15분, 집을 나서기 전 15분. 어느 시간이라도 매일 15분 동안 물건을 제자리에 둔 다거나 비울 것들을 결정한다면 미처 챙기지 못했던 집안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다. ‘치워야지’, ‘정리해야지’ 하는 생각이 행동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생각에 얽매이게 되고 결국 억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억압을 선택할 것인지 행동해서 더 나은 공간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누구나 주거 공간에서 만큼은 편안하고 안정감을 보장 받고 싶어 한다. 먹고, 씻고,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곳에서 위험을 느끼거나 어떤 염려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옷을 벗어 옷장에 넣지 않고, 신발을 신발장에 두지 않고 식사 후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면 당장 몸은 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행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현관은 신발로 가득 찰 것이고 옷장의 기능은 상실하게 되고 더 이상 먹을 숟가락이 없어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된다. 사람은 움직이며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들을 제때 지우지 않는다면 환경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사는 공간에서 생각이 원활하지 않고 행동에 불편을 겪는 것은 일상이 평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하고 꿈꾸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이 편안한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각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공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특정한 요일, 마음먹은 어느 날이 아닌 매일이 되어야 한다. 정리가 일상이 되는 그날, 자연스럽게 공간으로부터 자유를 선사 받을 수 있다. 나의 공간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한지 살펴볼 일이다.

 

권도윤 칼럼니스트

공간정리큐레이터
권선생정리수납 대표
한국공간정리큐레이터 협회 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간정리 2022-11-05 17:29:42
많은 메세지를 주셔서
감사해요
정리가 일상이되는 그날을 꿈꿉니다~

하루 2022-11-03 22:30:35
익숙한것이 편안한 것만은 아니라는 말씀이 공감되네요~ 꾸준한 15분의 힘을 믿어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서퐁 2022-11-03 22:15:13
공간에 대한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진정한 편안함에 대한 욕구와 단순하게 편하고자 하는 습관이 매번 부딪힙니다 다시금 내 공간을 살피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혜령 2022-11-02 17:16:47
공간도 꾸준함으로 빛을 낼 수 있다는 사실!
매일 꾸준히 실천해 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주요기사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0길 33
  • 전화번호 : 02-499-8014
  • 팩스 : 0508-940-8014
  • 이메일 : yjsqueen@naver.com
  • 웰니스앤컬처뉴스 사업자번호 : 414-06-64165
  • 개업연월일 : 2019-11-05
  • 발행·편집인 : 유지선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 52779
  • 등록일 : 2019-12-3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
  • Copyright © 2024 웰니스앤컬처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jsqueen@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숙정 010-8817-7690 magarite@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