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인간의 우주적 탐구... 서용선 개인전 '회상,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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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인간의 우주적 탐구... 서용선 개인전 '회상, 소나무'
  • 한은경 기자
  • 승인 2022.12.13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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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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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한은경 기자] 갤러리JJ는 그림을 통해 인간 탐구를 실천해오고 있는 작가 서용선의 개인전을 12월 9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진행한다. 40여년전 소나무 그림으로 처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소나무 회화' 연작으로,  ‘서용선-회상, 소나무’라는 제목으로 1983년 소나무 연작을 필두로 80년대부터 최근 뉴욕에서 완성한 소나무 신작까지 19점을 선보인다.

서용선의 작가는 2018년에 자화상, 그 이듬해에 콜라주 및 오브제 입체 작업, 그리고 2020년에 약 1년간의 빈집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물이 2021년에 '서용선의 생각: 가루개 프로젝트'전시로 이어지면서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이제 '서용선_회상, 소나무' 전시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작업의 근원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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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구성은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 1983년 소나무 연작을 필두로 신작까지 19점을 선보인다. 또한 초기 드로잉들과 당시 작가가 찍은 소나무 사진 자료가 전시된다. 그동안 서용선의 풍경'을 주제로 한 전시는 꽤 있었지만, 소나무 주제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며 초기 자료와 시기별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기대할 만하다.

전시는 작업 초기에 작가가 실험하고 탐구했던 회화적 비전으로 소나무 풍경이 어떻게 당대성을 획득했으며, 그것이 오늘날 현대인에게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전개된 변화 과정은 어떠하였는지 등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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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의 작업은 인간 삶의 조건과 현실에 관한 주제에 천착하여, 강렬한 색채와 투박한 형태로 화면에 힘을 실었다. 그는 역사화 연작과 도시사람들을 중심으로 신화와 전쟁, 풍경, 자화상 등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단종의 비극적 삶을 통하여 역사 속의 인물들과 오늘날 현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로서의 자아를 대면한다. 부조리한 삶의 현장에 내재한 메커니즘과 보이지 않는 힘에 주목하면서 역사 속 개인의 삶, 사회적 구조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작가에 의하면, 이러한 초기 흑백 소나무 작업은 전통 산수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흑백사진 매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거기에는 회화의 평면성에 대한 고민, 서구 정신과 한국 전통에의 갈등, 존재와 인식의 문제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서양화라는 서구 매체에서 우리 전통적 정신을 다루고자 작가가 선택한 소재가 소나무였다. 우리 주위에 흔하게 보이는 소나무는 한국인의 상징체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십장생 중의 하나로 변하지 않는 색과 생명력으로 보편성, 동양인들의 세계관을 반영하며, 또한 사군자와 함께 문인화, 동양 수묵화의 소재로 한민족의 정서를 간직하고 있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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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회는 전통 산수화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라졌고 작가 자신 역시 서양화의 길을 선택하였으나 오히려 그때 석도의 소나무 그림, 간송미술관 전시 등을 통해 진경문화, 조선성리학과 산수의 관계 등을 스스로 알아가면서 전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회상한다. 서로 다른 사유와 경험에서 나오는 동서양의 감각 사이에서, 살면서 몸에 밴 것들에 대한 궁금증과 선택이었다. 특히 작가가 인상깊게 체험한 석도의 소나무 그림들은 우주의 깊이를 보여주고 세계와 이를 관조하는 화가의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자연관에서나 미학에서나 서양의 풍경화와 동양의 산수화는 다르다. 서용선의 소나무 풍경은 유한한 대상 너머 전체 우주의 생기를 표현하려고 했던 전통 산수화의 정신이 은연 중에 반영되어 있다. 초기 소나무 풍경의 비가시적 공간은 이렇게 기운생동하는 수묵화의 먼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한 갈래가 나온다. 

그의 학업 시기인 70년대 후반에 한국 미술계는 모더니즘의 극단에서 미니멀리즘, 포토 리얼리즘이 회화의 한 양상이었다. 이때의 초기 소나무 연작들은 드로잉도 했지만 처음에는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다. “흑백사진 매체가 렌즈를 통과하는 빛을 매개로 세계 내 현상을 거머잡는 방법”이라는 것, 기록으로서의 사진 이미지에 대한 이해차원에서다. 현상과 인식, 기록과 기억은 그의 작업에 핵심적인 요소다.

“내가 그린 초기의 소나무는 실제 자연에서 그려낸 소나무가 아니고, 소나무라는 개념과, 사물을 보면서 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혹은 형태 인식에 대한 실제세계와 그것을 받아들인 지각적 감각에 대한 관계를 ‘그림 그리기’라는 과정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었다.” - 서용선 작가노트, 2022.10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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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지 않아 작가는 자연풍경을 선입견 없이 살아 움직이는 몸 감각으로 만나고 표현하면서 작품은 표현적 색채와 물성을 드러낸다. 인간이 보는 세계는 그것을 감각하고 사유하는 인간의 몸과 분리될 수 없다. 소나무 풍경화는 몸의 만남과 사유를 통해 광활한 우주공간의 깊이를 느끼고, 현실 풍경을 보편적 속성으로 재구축하고자 한다.

서용선은 이렇게 풍경 장르, 구상, 한국 전통이라는 어찌 보면 당시 모더니스트로서 가장 진부하고 취약한 조건으로, 하지만 그들을 인문적 태도로써 동서양의 시각으로 미묘하게 엮어내며 실험한 독특한 분위기의 소나무 풍경화를 통해 주위에 만연한 일련의 한국적 모더니즘을 넘어서려고 했다. 자연과 인간, 산수화 전통과 서구 풍경화, 회화공간과 현실공간 사이에서 서성거리는 그 특유의 조형어법은 오늘날 풍경화로, 역사화와 도시 그림으로 녹아들었고 삶을 탐색하는 여정으로 여전히,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소나무 작품들이 말을 걸어온다. 과거와 현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몸과 자연 그 시공간적 깊이에서. 이번 전시는 소나무 그림을 발표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 서용선 작업의 축적된 깊이만큼 새로운 화두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내용참조=JJ갤러리 강주연 디렉터]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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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내 그림그리기의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흑백 소나무의 흰색 여백이 은연 중 산수화 여백과 나의 감각이 미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지향성의 표현이다. 이후의 소나무 그림들은 붉은색 소나무 줄기와 짙은 녹색이 뒤섞인 강한 원색의 그림들이다. 소나무 그림들은 주관적인 표현으로 흘러갔다.” - 서용선 작가노트,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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