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톡톡] 손은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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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톡톡] 손은경 작가
  • 유지선 기자
  • 승인 2021.10.15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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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본인제공]
[사진출처=본인제공]

[웰니스앤컬처뉴스 유지선 기자] 직장인과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손은경 작가를 만났다. 직장인으로 바쁜 삶을 살고 있던 손은경 작가가 어떻게 1년만에 책 4권을 낼 수 있었는지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직장인 겸 작가, 손은경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릴 수 있게 돼 또 반갑고, 감사합니다.

여전히 야심한 새벽녘에 출근해 매일 한 꼭지씩 쓰며, 2020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책 4권을 내게 됐어요. 그때부터 작가라 불리게 됐고, 읽고 쓰는 모든 행위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일이 됐습니다. 여기, 여러분께 소개 될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런 덕이기도 하고요.

꾸준히 읽고, 쓰고, 보고, 듣고, 배우고, 결국 경험하며 지내는 중이에요. 그밖에 즐거움과 뜻 있는 곳에서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생동감 넘치는 삶을 위한 ‘생(生)의 동(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요즘엔 ‘책고파’라는 책으로 고민 타파 오디오클립 패널과 쟛ㅡ민일보(一步)라는 월간지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또 떠오르는 거라면 읽고 쓰기보다 훨씬 먼저 시작한게 운동인 사람이에요. 비록 작가라 부르지만, 읽고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몸의 건강이라고 생각해요. 비건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흐르는 단순한 삶을 지향해요. 나와 내 주변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요.

 

Q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활자로 쓰인 것만 봐도 욱, 하고 신물 내던 공대생이었어요.

아주 어려서는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동화책을 꾀나 읽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커갈 수록 싫어지더라고요. 8절지 반면에 빡빡하게 자리잡은 글은 정말 쳐다보기 싫었어요. (그래도 초등학생 땐 숙제로 제출한 글짓기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지만) 명쾌한 수학이랑 달리그 많은 지문을 읽어야 하는 게 되게 소모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2019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독서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내가 변화하는 순간을 그때도 만난 거죠. 어쩐지 읽고 살아야겠다는 내림같은 게 있었나 봐요. 제가 모르고 산 세상이 책에 너무 많았던 걸 알고 나서였던 것 같아요. 아찔했죠. 한참 혜안을 가지고 싶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때부터 활자랑 조금 친해질 수 있었어요. 아주 조금.

책이랑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져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빠지지 않고 나갔어요. 듬성듬성 나오는 다른 분들과 달리 매주 출몰한 덕에 모임장하고 친해질 수 있었어요. 모임장은 자기계발에 몰두해 있던 사람이었는데요.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 쓰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열심히 하세요"하고 말았는데, 어느 날인가 모임장이 그러더라고요. 너도 책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렇다고 그 분이 저의 글 실력을 알아서 권한 건 전혀 아니었어요. 다만 너도 해 볼래? 혹은 같이 해 볼래? 이정도 뉘앙스랄까. 그런데 덜컥 “그래!” 해 버린 거죠. 이건 순전히 성격 덕이에요. 새로운 일에 반감 없는 성격. 당시 남자친구가 없어 그럴 수 있기도 했고요. 시간이 많았어요. 보다 명쾌하게 설명하자면, “그냥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때까지 글이라면 업무용 메일, 책 읽고 어쩌다 한 두 줄 적었던 게 다였다면 믿으시려나요. 편지 쓰기도 세 번째 연애부턴 안했던 거 같은데. 일기 쓰는 걸 좋아했던 기억은 단 한 번도 없고, 꽁냥꽁냥 다이어리 적는 건 아마 초등학생 때 접었을 거예요. 웃기죠. 괜스레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넓게 파다 깊게 팔 이곳을 발견한 제 이야기 같아서 말이에요.

결국 쓰기 시작했어요. 순전히 재미로. 내가 작가가 된다는, 상상에 없어 신비할 수밖에 없던 그 일에 동참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매일 썼어요. 매일 한 꼭지씩, 주중과 주말에도, 출장 가는 날에도,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날에도. 정말 '썼다' 싶은 글은 처음이었는데, 와, 제 재능이 여기 있더라고요.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새벽, 모니터와 마주하며 타닥타닥 거리는 키보드 소리도 좋았고, 생각이 내 손 끝을 거쳐 글이 된다는 게 신통했고, 몰입감 있었고, 쓰고 나면 2시간은 금방 지나가 있었어요. '제법 잘 쓴다'는 그 칭찬이 너무 좋았어요. 타고난 재능을 인정받은 듯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때 수업해 주시던 선생님이 ‘보석’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손은경 보석설을 듣는 순간, 서른이 넘어 새로운 진로를 정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이제야 찾은 진로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재미로 시작한 일에서, 나는 작가가 되겠다고요. 몸과 정신과 마음 모두 이곳에 담그게 된 이유입니다.

 

Q 지금까지 출간한 책 중 몇 권만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직장 다니며 1년 사이 책 4권을 냈다는 게 저의 긍지에요. 고백하건데, 매일 쓰지 않았다는 건 저한테 핑계나 다름없거든요. 그러니까 매일 한 꼭지만 써도 1년에 더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다는 말이기도 할 거예요. 말하고 싶은 건, 굳이 자랑은 아니라는 거지만 많이들 대견해 해주시는 바람에 긍지가 돼버린 일이라는 거예요. 저보다 저를 더 기특해 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하게.

책 4권.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 짤막짤막하게 다뤄보면.

우선 첫 번째 책 <스스로 품위를 지키는 삶, 자존>은 태어난 날부터 31살의 손은경까지, 저를 바탕으로 쓴 '자존'에 관한 이야기에요. 자존과 타존이 높은 사람이라 쓸 수 있었고요. 책은 (타존은 제외하고) 자존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냄으로써 자기를 신뢰하는 과정이 쌓여 만들어지는, 자라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있어요.

두 번째 책과 세 번째 책은 시기적으로 맞물려 나왔어요. 계약은 텀을 두고 했는데, 두 출판사 인쇄 일정이 비슷해지는 바람에. 2020년 12월에 나온 <32년째 엄마 사랑해>, 2021년 1월에 나온 <메오를 부탁해>가 있는데요. <32년째 엄마 사랑해>는 엄마를 위해 쓴 책이나 다름없어요. 아직은 딸의 인생이 전부라 그런지, 엄마 사랑이 얼마나 헌신적인지 대부분 까먹고 지내고 있더라고요. 제가 쓰면서 엄마 사랑을 다시 느껴 보고 싶었고, 꼭 헌정하고 싶어 쓴 책이었고요.

<메오를 부탁해>는 저희 집 반려견 이야기에요. 시골에서 2만 5천원 주고 사온 똥개(발바리)라, 똥도 먹을 만큼 건강할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이상증상을 보이더라고요. 거품 물고 쓰러져 경련을 하고. 비감염성 뇌수막염이라는 판정을 받았어요. 수의사 말로 2년이 최대치라고 했는데 지금 4년 넘도록 곁에 지내는 중입니다. 엄마, 아빠, 동생의 수고가 남다르기는 해요. 어쨌거나 살아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고, 끝까지 수의사한테 들을 수 없던 말 살 수 있다는 그 말을, 저희 강아지 메오를 통해 아픈 반려견을 둔 가족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 남탕과 같은 헬스장 출입 경력 8년차(인가 9년인가 기억도 가물가물)가 된 기념(?)으로 헬스장에 사는 사람 이야기, <헬스장 사람들>을 내게 됐습니다. 헬스장도 사람이 오가는 곳인지라 별의 별 일이 다 벌어져요. 8년간 담은 그 모습을 글로 풀어봤습니다. 철저한 재미와 ‘그래서 나도 한 번 헬스장 가볼까’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드려요.

 

Q 하고 계시는 강연이나 강의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글 수업을 해요. 책 쓰기 수업도 같이 하고요. 글이라는 물 속에 자유로이 뛰놀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못(자유, 해방와 통쾌)/천해(행동과 변화)/심해(몰입과 성장)라는 우리만의 바다 공간을 창조했어요. 물론 필요에 따라 참여해야 할 수업은 달라지겠지만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들 목소리를 들으려고요. 미흡하지만 그렇게 완성된 수업이고, 각기 다른 욕구를 가진 여러분이 오시면 좋을 수업이에요. 이 수업의 크나 큰 강점은 제가 정성껏 읽고, 호응한다는 거예요. 저는 강의 형식으로 수업하지 않아요. “자~ 이렇게 이렇게 쓰는 거예요! 쓰세요!” 말고, “와, 이런 일이 있으셨군요. 정말 잘 됐어요. 내일도 이야기 들려주실 거죠?”하며 수업해요.

사실 이게 쓰는 사람이 즐겁게 쓰기 위한 핵심이에요. '독자가 있다는 것' 말이에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요? 스스로 만족에 그치는 게 독자가 있다는 것만한 즐거움을 줄까요? 아니요. 누구나 자기 이야기 들어주길 바라요. 그걸로 충분하다고도 생각하고요.

필요하면 글맥, 문장 수정에 대해 피드백하기도 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개개인 글에 대한 색을 제가 다 파악하게 돼요. 심지어 친한 사람도 알기 힘든 그분들 속 이야기까지요. 진한 마음이 오가요. 어쩌면 대화보다 더한. 글로 소통하는 건 그런 거 같아요.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 분들 모두 수업에서 만난 분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쓰고 읽으며 진심이 전달돼 버린 거죠. 제가 그들을 존경하고, 그들이 저를 사랑해 주시는 이유가 그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고파'라는 책으로 고민 타파 오디오 패널도 하고 있습니다.

사연자가 고민을 보내오면, 독서 전문가(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다섯이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책'을 한 권씩 들고 와요. 그리고 책에 고민을 접목시켜 이야기하는 채널인데요. 사연자 분께서는 한 번에 다섯 가지 책을 추천받는 셈이죠. 녹음은 늘 재밌어요. 고민에 당첨되신 분께는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리기도 하니까, 많이많이 신청해 주세요.

 

Q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예쁘다'는 말 듣는 걸 되게 좋아해요. 덜 예뻐서, 엄마가 하도 (내 딸이지만) 못생겼다고 해와서, 여자라서 그런 걸지 모르지만 정말이에요. 정말 좋아하는 말이에요. 그 말에 그렇게 마음이 열리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제가 달라졌어요. 쓰는 사람이 된 후, 어느 순간 “예쁘다”는 말보다 “잘 쓴다”는 말에 더 환호하게 돼요. 세상 아끼는 말이 '예쁘다'였는데 말이에요. (그렇다고 예쁘다는 말이 상투적이라거나 이제는 물려버렸다는 건 아닙니다. 언제고, 내게 예쁘다는 말 해주는 사람을 가장 신뢰하기는 합니다.)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폭 담궈진 느낌이 들어요. 없이는 살 수 없어졌어요.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 쓰는 게 됐고, 이왕 인정받고 싶어졌고, (작가님 잘 될 거라며) 나와 내 글을 믿어준 독자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만 져요. 그이들, 오직 감(感)으로 날 믿어 준 덕에 결국 이렇게 됐다고요.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이거였다고요. 그것 보라 하지 않았냐며, 내가 사람 보는 감 하나는 있다고 떵떵 소리칠 수 있는 날이요.

꼭 그럴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한 편 쓰기를 가볍게 생각하지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건 그런 이유에서에요. 내게 책임감 심어 준 그이들 때문이에요. 구체적으로 만나고 싶은 성과라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에 꽂힌 책의 작가가 되는 것이고요. 10이라는 대열에 끼게 된다면, 100만부 달성할 수 있을까요? 하하. 꿈은 항상 크게 가지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날을 만날 때 까지, 계속 쓸 겁니다. 살며, 살아가며 만나는 ‘나와 당신’에 대한 영감은 끝날 리 없으니까요.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실어 꾸준히 책을 낼 테고, 매일 글을 쓸 테입니다.

마지막으로 변함없는 계획은,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무엇이 되든 행복할 겁니다. 그게 저의 평생 계획입니다. 더불어 나와 함께 하는 이 모두 행복하기를, 이건 저의 영원한 바람입니다.

[사진출처=본인제공]
[사진출처=본인제공]

Q.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글쓰기, 책쓰기 열풍으로 알고 있어요.

나를 찾으려는 노력, 나답기 위한 시도, 케케묵은 지난 상처의 치료, 자기계발, 커리어, 여러 이유로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름의 이유로 쓰기 시작한 거겠지만, 하나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그래서 쓰는 건 좋다”라는 거예요. 모쪼록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 돼 있을 테니까요. 다만,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뚝, 하고 키보드 위에 떨어진 눈물방울 닦아야 할 날도 있겠고, 잊은 줄로만 알았던 지난 나와 날을 발견하며 미소 지을 때도 있지만, 결국엔 기쁨만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러시길, 행복한 상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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