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스토리를 통해 알아보는 기업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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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스토리를 통해 알아보는 기업의 정체성
  • 윤순옥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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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윤순옥 칼럼니스트] 얼마전 [슈독 Shoe Dog] 책을 읽었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이자 나이키라는 한 기업의 태동과 탄생부터 20세 성년이 되기까지의 기업 창업과 성장에 대한 스토리이다. 그 20년의 시간을 통틀녘에서 해질녘까지 마치 하루 동안 일어난 것처럼 엮어낸 것도 나이키 CEO에서 물러난 후 대학에서 소설창작법을 배웠다는 저자의 노력의 결과란 생각이 든다. 슈독이란 신발의 제조, 판매, 구매, 디자인에 전념하는 사람, 안창, 바닥창, 안감, 대다리, 리벳, 등가죽 등 신발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신발에만 몰두하는 신발 매니아를 일컫는 말인데 저자야 말로 신발만 생각하는 진정한 슈독이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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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말은 똑같은데도 책을 어떻게 해석할 지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읽기에 따라 리더십, 자서전, 유산, 회고록, 창업스토리 등으로 볼 수 있겠지만 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보았다. 필이 24세되던 어느 날(1962) 새벽, 달리기를 하면서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성공이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깨닫는다. 그는 훌륭한 마라토너였지만 위대한 마라토너는 아님을 깨달았고 운동선수가 되지 않고도 그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일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방법, 일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즉 스포츠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의 삶도 달리기와 비유된다. 달리기는 고통스럽고 위험한 운동이지만 보상이 적고 확실히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오직 달리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고 자신만이 결승선을 정할 수 있다. 그는 육상선수로서 러닝화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에서 신발산업보고서(일본의 러닝화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다. 육상선수가 달리기 전 먼저 트랙을 걷듯이 그는 세계 배낭 여행을 떠나는데, 여행지 일본에서 오니쓰카사를 방문하여 타이거운동화 판매권을 따낸다. 바로 나이키의 전신 블루리본의 출발이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한 후에 시작했기에, 칼날 위에 선 것 같은 고난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안전과 파멸 사이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기업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었다. 그것은 24세의 미친 생각이었지만 미친 사람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고 그는 믿었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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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또한 개인적인 서사를 통한 기업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나이키가 어떤 회사가 되려고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신발 파는 일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매일 달리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 믿었고 자신의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신발이라 믿었다(20여년전 마라톤 좀 한 나는 아디다스 운동화만 신었다). 브랜드뿐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고 제품뿐 아니라 아이디어, 정신을 파는 것이라 생각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승리와 패배에 관한 것이고 돈은 최종목표가 아닌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이키 기업문화를, 전적으로 믿고 감시하지 않는, 서로 신의를 다지는 문화로 만들었다. 『도덕경제학: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는 신뢰의 힘을 알고 있었고 믿었고 실행했다.

그에게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할 정도로 그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는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기 직전의 숨가쁜 순간에 명료함을 느낀다. 그는 기업가가 되지 않았다면 소설가, 언론인, 정치인이 될뻔한 사람이다. 책, 스포츠, 민주주의, 자유기업을 좋아하고, 자신이 시골뜨기 혹은 잡초부스러기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이 세상에 뭔가 남기기를 원했다. 그는 선천적으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어린 시절 후 팀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여 삶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생각은 향후 그의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는 삶의 곳곳에서 만나는 인연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고 그 사람의 강점을 발견하면 바로 자신의 사업파트너로 연결하는 놀라운 친화력을 발휘한다. 바우어만코치(나이키공동창업자이자 실험가), 우델, 존슨, 후지모토, 닛쇼회사, 대학에서 가르칠 때 만난 페니(직원 겸 아내가 됨), 디자이너 캐럴린 데이빗슨(나이키 로고를 디자인 함) 등 이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이키도 없었을 것이다. 인생은 온통 사업과 스포츠뿐 친구도 만나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사교활동도 하지 않는, 그는 훨씬 더 심한 불균형을 원했다. 즉 더 많은 일을 하기를 원했다. 소심한 성격이자 위험중독자이며,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여 주식공모의 ‘공’자도 싫어하여 주식상장을 계속 미룬다. 또한 생활습관이 깔끔하지 않는 사람, 가사에 도움되지 않는 사람, 한마디로 가장으로서는 부적격의 사람이었으나 아내 페넬로피는 그 이름처럼 반 평생을 기다려준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일본에 가서 블루리본이라는 회사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여 수입계약을 체결하고(그가 좋아하는 운동화사업을 너무나 하고 싶었기에), 필요하다면 절도도 하고(기타미의 서류를 훔친 뒤 다음날 돌려놓음, 덕분에 오니쓰카에게 당하지 않고 오히려 나이키를 준비하여 소프트 랜딩 하게 됨), 후지모토(쓰나미로 모든 것을 잃은 그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나중에 도움 받음)를 스파이로 고용했다. 무엇보다 그는 협상의 달인이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알았기 때문에.

한마디로 그는 위대한 사업가도 평범한 가장도 아닌 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태어난 오리건 포트랜드는 변화 없는 따분한 곳이지만 개척자 정신을 요하는 곳이었고, 60년대가 반항의 시대였지만 반항해 본적 없는 청년이었고, 혼자 있기를 좋아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추구했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위험 중독자 이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속임수를 쓰고 훔치기도 했지만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고 신뢰가 있는,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타고난 감각을 지닌 모순덩어리 한 인간이었다.

이 이야기가 다른 위인전이나 전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모든 이야기 속에, 그의 셋째 아들(나이키)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정작 두 아들에게는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점, 아들 매튜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방황하고 난 뒤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 싶은 순간 스쿠버다이빙으로 사망한 사건 등 자신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진솔함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이, 스토리가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 필 나이트를 가진 나이키는 행운아(사)다. 어떤 기업이 이런 생생한 창업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 더군다나 그의 글은 문학적이기까지 하다. 다양한 경험과 여행, 폭넓은 독서경험이 메타포로 이야기 속에 고스란이 담겨있다. 한 기업이 태동해서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니 이 책이야말로 나이키에 대한 산 역사요 증거요 유산이다. 필은 나이키 CEO에서 물러났지만 나이키의 정신은 계승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이미 세상에 큰 흔적을 남겼다.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문화를 마시고 아이폰으로 Think Different를 경험하고 나이키로 Just Do it 정신을 신는다. 그의 다음 버킷리스트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큰 족적을 남긴 후에도 뭔가 새로운 것에 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원히 성장하는 사람, 그는 결코 늙지 않으리.

이 책을 읽고 나이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내가 20여년전 마라톤을 할 때만해도 나이키는 패션화 정도로만 생각했지 운동화하면 아디다스였다. 그 당시는 아디다스가 나이키의 적 인줄도 몰랐다. 운동화가 일상화가 된 요즘 나이키의 적은 누구일까? 아디다스는 분명 아닐 것이다. 넷플렉스? 디즈니? 그런 생각에 변화가 생겨서 나이키 운동화를 당장 구매했다. 그 다음으로는 나이키 주식을 사기 위해 해외계좌를 만들고 매수주문을 했는데 다음날 보니 체결되지 않아서 포기했다. 대신 산 다른 주식들은 지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상장 당시 나이키 주식은 22불이었는데 지금은 170불 내외다. 요즘은 나이키매장에 직접 방문 하지 않고도 로블록스 나이키랜드에 입장하여 다양한 신발을 신어보는 가상체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4차산업시대에 발맞춰 변신하고 있다. 성장하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하던 필이 떠나도 나이키는 자신만의 창업스토리,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ON GOING CONCERN 으로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필이 나이키를 만들었듯이 나이키도 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는 소설가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으니…..

그의 가장 탁월한 점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시작했다.

우리 가운데 ‘당신은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란 질문에 스스럼없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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