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마스터
상태바
내가 만난 마스터
  • 이정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1.24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웰니스앤컬처뉴스 이정수 칼럼니스트] 마스터란 어떤 사람들인가? 지금까지 나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마스터를 만날 수 있었다. 여러 마스터 중에도 단연 출중하셨던 분은 이전 한국 회사의 부회장님이시다. 이분은 안타깝게도 수 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작고하셔서 지금은 안 계신다. 이분만큼 복잡하고 힘들게 꼬여 있는 이슈들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정리해서 해결책을 찾는 분을 못 봤다. 40여 년 전 새로운 생산설비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프랑스, 독일 회사와 할 때 일이다. 이분은 이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마스터의 본보기를 멋지게 보여 주셨다.

외국인들과 프로젝트 수행하면서 처음으로 영어로 소통해야 하므로 나는 소통에 어마어마한 어려움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독일인들의 영어는 편하게 알아듣고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영어는 참 알아듣기 힘들었다. 특이한 억양에다 그들만이 쓰는 생소한 어휘가 너무 많았다. 프랑스 영어에 익숙해지는데 반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부회장님께서는 처음부터 프랑스인들과도 아무런 걸림돌 없이 술술 소통하는데 놀랍고 부러웠다. 이분이 회의 때 쓰는 영어는 듣고 있으면 중학생 영어 수준의 쉬운 어휘들로 모든 것을 쉽게 표현하셨다. 이런 쉬운 영어에도 상대편들이 엄청난 반응과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것을 목격하면서 많이 감탄했다. 어떠한 회의를 하더라도 결과가 우리 측에 유리하여지도록 만드셨다. 우리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우리에게 유리한 논리를 구성하시는 것은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때로는 우리 측이 논리에 안 맞는 억지를 쓰면, 같은 편이라도 가차 없이 우리 편도 여지없이 질책하시기는 공정함도 보여 주셨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분이 영어를 어느 나라 영어가 되든 쉽게 이해하고 대응하셨던 것은 분석력과 논리 구성에서 출중한 것에 비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잘하려면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익히고 사용하면 유리할 것이라는 통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분의 예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발음 등 언어 구사 능력보다는 이슈에 대한 예리한 분석력, 명쾌한 논리 구성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국어 구사 능력이 약하면 외국 현지에서 외국어의 발음, 억양을 잘 익혔더라도 명쾌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분을 보고서 알았다.

반면에 이전 외국 회사 자재부에 영어를 진짜 원어민 수준으로 잘 구사하는 차장급 직원이 있었다. 문법, 억양, 어휘 등 영어로 말하는데 그야말로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했다. 문제는 외국인들과 주고받는 대화는 유창하게 보이는데, 시간을 들여서 긴 회의해도 얻는 것이 없이 말만 무성하고 해결되는 과제는 거의 없었다. 겉으로 빤지르르하게 보이지만 실속이 속 빈 땅콩 같았다. 외국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더라도 이슈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마스터가 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너무 쉽고 간단해 보인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문제들이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 듯이 해결되는 맛과 멋이 있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이 부회장님은 회사 일들을 자기 집안의 일처럼 생각하셨다.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변명이나 남이나, 환경 탓을 안 하셨다. 법을 전공하셨지만, 가끔 기술 세미나에서 기술적인 질문을 해서 기술을 전공한 전문가들도 답변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어떤 이슈든 해결안이 나오면 이것을 거꾸로 논리 전개해서 처음의 제시된 가정들과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해서 맞으면 해결방안으로 받아들였다. 하급자가 제안한 해결책에 대해서 마지막 결정을 하기 전에 하급자의 확신 정도와 해결책의 질을 여러 각도의 질문들을 통해서 확인하고 승인을 하셨다.

마스터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모르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본인이 소화해서 논리적으로 맞을 때까지 사고해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는 일을 수없이 반복해서 완성되어 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0길 33
  • 전화번호 : 02-499-8014
  • 팩스 : 0508-940-8014
  • 이메일 : yjsqueen@naver.com
  • 웰니스앤컬처뉴스 사업자번호 : 414-06-64165
  • 개업연월일 : 2019-11-05
  • 발행·편집인 : 유지선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 52779
  • 등록일 : 2019-12-3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
  • Copyright © 2024 웰니스앤컬처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jsqueen@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숙정 010-8817-7690 magarite@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