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소개] 이준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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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이준호 작가
  • 권혁탁 기자
  • 승인 2022.02.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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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화가 - '칼로 그리는 산수'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웰니스앤컬처뉴스 권혁탁 기자] 작가 이준호는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 후 동대학원 산업정보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 했다. 2006년 관훈갤러리의 개인전 이후 용인 문예회관,가나아트 스페이스,영아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전개했고, 2008년 경기문화재단 문예기금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선정됐다. 또한 2009년에는 한중국제미술교류전과 서울아트살롱 등의 아트페어에 참여를 했다. 

서양화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던 작가의 부친은 도자기와 고서화를 중개랬고, 외조부는 부여지역에서 산수로 이름을 떨쳤던 두산 정술원(1889-1955) 선생이다. 이준호 작가가 정선의 금강전도 전시를 보고 난 후 산수를 하게 된 것은 이미 핏속에 흐르는 기질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 이준호의 작업은 마치 수묵을 현대로 재현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작품을 위해 태고의 지층을 쌓듯 캔버스에 검정색, 붉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을 칠하고 굳히고 다시 덮으면서 밑 작업이 이루어진다. 밑작업이 끝난 화면에 날카로운 칼날 끝을 사용해 생각이 이끄는 대로 긁으면서 흙을 걷어낸다. 시작점을 정하지 않은 채 긴 선들이 첩첩이 쌓여 능선이 만들어지고 짧은 선 가닥들이 교차하면서 숲이 만들어진다. 

“긁혀진 선들은 태고의 신비를 벗고 작업 초반의 엉성한 형태에서 점차로 산의 형태와 호수, 폭포, 계곡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마치 땅 속에 묻힌 유물을 발견한 후 아주 조심 스레 흙을 걷어내는 작업과 같다” - 화가 이준호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그의 손에 잡힌 칼날 끝은 풍경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닳고 무뎌진다. 칼날의 반복적인 행위는 곧 수행의 과정과 같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의 관념 속 풍경이 서서히 구체적 형상으로 드러난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부강법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탁 트인 산세의 전경이 펼쳐진다. 민화적 해학이 느껴지는 동물과 새 등이 칼끝으로 살아나 풍경 속에 자리 잡는다. 

칼날로 긁혀진 공간은 전통 산수의 구도에서 벗어나 사각의 틀 안 화면을 가득 채운 네모의 산수로 변신을 이루며 긁혀져 만들어진 공간 안의 풍경과 그렇지 않은 여백은 분명한 경계의 대조를 확연히 보여준다. 

작가 이준호가 긁어내어 만들어 놓은 화면에는 색이 떨어져 나간 하얀 공간과 사이 사이 촘촘이 남겨진 선들로 자신의 사유의 공간 안에 한 폭의 산수경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근경에는 긴 선들과 짧은 선들이 서로 얽힌 조형요소만이 강조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원경으로 화면을 바라보면 산, 바위, 물 등의 거대한 풍경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첩첩이 쌓인 선들은 숲을 만들며, 바위산들이 우뚝 솟고 비스듬이 기울기도 한다. 서로 부딪혀 떨어져 나간 파편들은 협곡을 만들고, 물의 흐름을 조절하기도 하는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여기에 드러나는 대상들은 현실의 풍경이자 작가 개인의 관념의 풍경이 된다.

그의 '산수경'은 좌에서 우로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쓰며, 현세와 내세의 경계를 화면 중앙에 큰 협곡의 물줄기와 몽유도원을 바라보는 눈높이의 차이를 둔 것과 같이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탄생 시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사물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직관이 뛰어나야 가능 한 작업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준호는 자신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나 기법, 그리고 재료를 통해 시대는 다르지만 빈 화면을 바라보며 직관에 의해 관념의 산수 풍경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안견의 독창성과 유사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안에 산은 광야처럼 넓고 밀림과도 같아 숲의 길이를 가늠 할 수 없을 만큼 장대하게 펼쳐진다. 그곳엔 달이 있고 달은 호수를 비추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는 달을 품고 있다. 전통의 시간과 현대의 시간을 하나의 시공간 속에 충첩시키려 하는 그의 의도가 작품 속에서 재현된다. 

그가 엄지와 검지로 칼집을 거머쥔 상태에서 힘의 완급을 조절하며 화면을 긁어내고 칼집을 받치는 동안 그의 중지는 반복되는 오랜 노동으로 굳은살이 쌓여 손마디의 미세한 감각마저 어느새 무뎌져 있다. 

“현대 사회의 중심은 아이러니 같아요, 상황이 전혀 다른 두 공간을 현대와 전통으로 묶어 형상화 하고 싶었습니다. 화면을 전개하는 이야기의 골자는 해학과 픽션으로 채웁니다. 이제 나는 잠든 생명의 숲이 깨어날 시간을 기다리며 칼끝 풍경에 서 있습니다.”

- 화가 이준호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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