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소개] 가야금 연주가 박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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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가야금 연주가 박순아
  • 한은경 기자
  • 승인 2022.05.1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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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서울남산국악단]
[사진출처=서울남산국악단]

[웰니스앤컬처뉴스 한은경 기자]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는 재일교포 3세로, 재일본 조선대학교 사범학부 음악과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후 평양음악무용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습하고, 재일본 금강산가극단 기악부 단원을 역임했다. 

평양과 서울의 기억을 두손에 담고 있는 그녀는 남쪽의 전통을 지키는 굳건한 뿌리와 북쪽의 자유를 향한 갈망의 뿌리를 하나로 얽어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여우락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며 본인의 음악세계를 펼쳐 오며 북한과 일본, 한국 문화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그녀. 박순아의 가야금 연주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선사한다는 평을 듣는다. 

2019년 그녀는 첫 독주회 ‘노쓰코리아 가야금’으로 연주자 박순아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북한의 ‘가야금 르네상스’라고 칭할 수 있는 1960~1970년대의 북한 가야금 연주곡들을 선보였다. 그해 12월 동명의 음반 ‘노쓰코리아 가야금’을 발매했다. 

'노쓰코리아 가야금'은 박순아가 가야금 주자를 꿈꾸게 만든 보물 1호인, 어린 시절 부모님께 선물 받은 카세트 테이프 '가야금독주곡집'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앨범은 1960년~1970년대 가야금 연주곡 15곡이 수록되어 있다. 악기개량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12현, 13현이던 가야금의 줄 수가 19현, 20현으로 늘어나고 5음계가 7음계로 확장되는 등 음악적으로 파격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던, 소위 ‘가야금 르네상스’라 칭할만한 시기의 가야금 연주곡들이다.

이 시기에는 악기와 음계의 변화에 따라 피아노곡 처럼 양손을 활용하는 독주곡들이 유행했다. 산조나 민요 등 전통음악 외에도 유행하는 가요도 편곡하여 연주하는 등 색다른 형식의 연주곡들이 등장하고 현의 수가 늘어난 만큼 기존 가야금 연주 보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편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농음(농현)이 특징인 가야금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와 같은 형식의 곡들은 잠시 유향한 후 차츰 사라지게 되었다. 

[사진출처=서울남산국악단]
[사진출처=서울남산국악단]

박순아는 가야금 연주에 북한도, 남한도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자신의 출발점을 명확히 들려주고자 한다. '노쓰코리아 가야금' 공연을 하고 앨범을 발매하면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긴 하지만 전쟁을 소재로 한 음악이나 혁명 가요도 있기에 한국 사회 통념상 거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특히 반공 교육을 받은 세대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공연을 즐기기를 바랬다. 

다행히 공연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고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던 관객들이 곡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이 한 데 섞이는 느낌을 받았다. 뒤로 갈수록 박수가 따뜻해지는 걸 느끼면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그년는 재일교포로 일본에 살다가 처음 북한에 갔을 때 드디어 조국 땅을 밟는다는 생각에 첫 발을 왼발로 디딜지 오른발로 디딜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두 발로 뛰어내렸다. 한국에 처음 올 때도 마찬가지로 같은 고민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관객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여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보호자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공연을 봐 주는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그녀, 공연 팀과의 호흡도 좋았지만 이러한 관객들의 공감 덕분에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민족학교 시절 방과 후 ‘소조’라는 과외 수업이 있어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야금부에 들어가 친구들과 함께 악기를 배웠다. 그러던 중 일본에 온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얼마나 연주를 잘 하는지, 부럽기도 하면서 그 친구들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꾸준히 가야금을 연주했고, 고등학교 때 북한 유학을 떠났고 금강산가극단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야금 연주자로 평생 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가극단을 나와 다른 공부를 할 생각으로 10년 정도 연주를 중단하게 되었을 때, 그 시간 동안 가야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느끼게 되었고 해볼 때 까지는 해보자는 결심을 하여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삼십 대 중반에 우리의 전통음악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한국으로 올 때 조선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으나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통음악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북한에서도 전문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기는 힘들고, 한국의 전통음악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해 자신감이 없어 독주자로서의 활동을 늦게 시작했는데 한예종에서의 공부를 통해 자신감이 채워졌다. 그녀의 독특한 삶과 이력으로 인해서 다른 연주자들과 다른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과의 공동 작업을 하는 팀 활동에서 참으로 즐거움을 느꼈고 음악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는 시기였다. 

첫 앨범의 제목은 ‘ETERNITY, SPIRIT WALKER’이다. ‘ETERNITY(영원성)’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그녀의 사로잡는다. 모든 것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영혼에 와닿는 느낌을 주는 영원성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재일교포, 남과 북이라는 카테고리를 떠나서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느낌. 그녀가 음악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이와 닿아있다. 국악기 연주곡들은 멜로디보다는 리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녀는 음악적인 면에서 멜로디를 중요하게 여긴다. 듣는 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연주자이자 작곡가 박순아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다는 음악은 다 들어보는 편이다. 특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을 좋아하는데 그는 전통음악의 산조처럼 즉흥 연주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인 파코 데 루치아 역시 존경하는 음악가다. 그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냈는데, 그로인해 정통 플라멩코가 아니라며 음악계에서 배척당했다. 이들처럼 그녀 역시 가야금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싶은 소망이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2021 별곡 - 박순아 가야금 '잇다있다' 유튜브 공연영상 캡처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2021 별곡 - 박순아 가야금 '잇다있다' 유튜브 공연영상 캡처

그녀는 하나의 악기 안에 자신만의 이야기, 오늘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 순간 순간 오롯이 살아 숨쉬는 음악을 하고 싶어한다. 

최근 발매한 얄범 '더:가야금'은 가야금이라는 악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로지 독립된 독주 악기로서의 본분을 다하고자 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박순아의 작품의 결실이다. 가야금의 넓은 음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화려한 주법, 선율 뿐만 아니라 여음과 잔향이 잘 부각되도록 하는 그 특유의 음악적 여백은, 박순아 가야금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 그 매력이 더욱 발현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박순아는 북한 평양에서 월북한 옛 국악명인들의 예술을 이어받은 스승들께 사사하였고 한국에서 또 다른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는 명인들께 사사한 특이한 이력, 그 뿌리로 자신의 음악적이야기를 펼쳐 왔다. 활발한 작품 및 공연을 통해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으며, 2021년 KBS국악대상(현악 부문)을 수상하였다. 이제 그녀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향하여 자신의 음악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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