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거짓말
상태바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거짓말
  • 최원대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7 16:1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웰니스앤컬처뉴스 최원대 칼럼니스트] 혹자는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본인은 잘 쓰지만 정작 타인은 가르칠 능력이 부족한 일반 작가들이 하는 소리다. 이들이 말하는 유일한 비결이란 세 가지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즉,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이른바 ‘삼다(三多)’라고 해서 송나라 문인 구양수(歐陽脩)가 말한 글쓰기 훈련 방법이다. 이 세 가지가 작문 실력을 향상시키는 핵심이자 거의 유일한 비결처럼 전해지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정말 글쓰기에 왕도는 없으며, 그저 많이 읽고, 쓰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까?

맥빠지는 소리일 수 있지만 ‘삼다’는 거짓말에 가깝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초보는 아무리 많이 읽고, 많이 써봐도 좀처럼 글이 늘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독서광들과 글쓰기에 매달린 수강생들을 지도하며 얻은 결론이다.

수영을 배우려는 당신에게 강사가 이렇게 말한다.

“일단 물에 들어가세요. 물 안에서 혼자 허우적대다 보면 당신도 언젠가는 수영을 잘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정말 무작정 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수영 실력이 늘까? 늘긴 할 것이다. 언젠가는! 문제는 그 ‘언젠가’가 도대체 ‘언제’냐는 것이다. 혼자 허우적대면 절로 익힐 수 있는 수영을 왜 굳이 강사한테 배우려 들까? 물론, 혼자 연습해도 실력이 향상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선천적으로 운동신경을 타고난 사람들. 글쓰기도 같은 맥락이다. 문장을 지어내는 감각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이들이 있다. 이들은 책 몇 권만 읽어봐도 문장 다루는 기술을 곧잘 배우고 놀랍도록 쉽게 적용해서 쓴다. 우리는 이들을 천재라 부른다.

그러나, 세상에 천재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타고난 문장 감각’이란 차라리 환상이라 여기는 편이 마음 편하다. 보통의 감각을 가진 우리 일반인들은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매일 써봐도 출발선에서 크게 못 벗어난다. 그런데도 혼자서 무작정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고? 대단히 무책임한 조언이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물론 글을 잘 쓰기 위해 다독, 다작, 다상량은 필요하다. ‘삼다(三多)’는 분명 문장력 향에 도움이 된다. 많이 읽으면서 어휘력이 늘고, 많이 써보면서 글 근육이 붙는다. 또한, 오래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소재를 다루는 감각이 길러지고 문장은 더욱더 깊이를 가진다. 그러나 다독, 다작, 다상량을 요령 없이 무턱대고 따라 한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어느 분야나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듯, 제대로 배우고 난 다음에야 반복도 의미가 있다. 아무런 기초 지식도 없이 그저 열심히 허우적대봐야 초반에는 의미 없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거의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 아닌가.

수영에 비유를 했는데, 실제 글쓰기는 운동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첫째, 스트레칭이 먼저다. 굳어있던 뇌를 풀어 생각의 가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 둘째, 제대로 된 자세부터 익혀야 한다. 문장의 기본과 문단 짜는 방법, 글의 구조 등을 익힌 다음에야 다독, 다작, 다상량이 글 근육이 붙는다. 운동처럼 잘못된 자세가 몸을 상하게 하진 않지만 무의미한 노력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마지막으로 운동과 글쓰기가 닮은 점은 성취감이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맨몸 스쿼트도 힘들다. 엉망인 자세부터 바로잡은 다음, 바른 자세로 반복해가다 보면 차츰 무거운 바벨을 짊어지고도 너끈히 스쿼트를 할 수 있다. 그때부터 하루하루 늘어가는 근력을 느끼다 보면 성취감은 물론 자신감도 솟구친다. 어떤 환경, 어떠한 난관이 와도 나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연기처럼 쉽게 흩어지고 마는 생각을 붙잡아 일목요연하게 글이라는 시각 정보로 풀어내는 건 아무나 못한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내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글로 풀어낼 수 있게 되면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글로 표현하는데 일단 자신감이 생기고 나면 실력 향상에는 어마어마한 가속도가 붙는다. 근력 향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저 많이 쓰면 좋다며 굳이 먼 길을 돌고 돌아갈 필요 없다.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요령만 익히면 짧은 시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달성할 수 있다. 어떤 훈련을 받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제대로 된 방법만 익히면 평범한 사람도 여간한 작가 못지않은 문장력을 뽐낼 수 있다. 지름길이 있으니 부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기 바란다.

최원대 칼럼니스트

 

“텍스트로 그리는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 전략 컨설팅 그룹 <마인드 트리_마케팅 진료실> 대표

서울사이버대학교 웹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미디어 브랜드 스토리텔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3-12-15 08:58:37
그러게요… 선생님한테 논술이라도 배우라는 말인가…글 쓰기 연습 책 읽는것도 다독 아닌가요?? Bmw님 글에 추천 주려다 실수로 비추 눌렀어요…

BMW 2023-05-17 15:46:59
도데체 말하려는 요점이 뭔가? 어쩌란 말인가? 굳어있던 뇌 근력을 풀어주고 강화하란 내용이 전부인가? 빈약하기 짝이없는...

주요기사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0길 33
  • 전화번호 : 02-499-8014
  • 팩스 : 0508-940-8014
  • 이메일 : yjsqueen@naver.com
  • 웰니스앤컬처뉴스 사업자번호 : 414-06-64165
  • 개업연월일 : 2019-11-05
  • 발행·편집인 : 유지선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 52779
  • 등록일 : 2019-12-3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
  • Copyright © 2024 웰니스앤컬처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jsqueen@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숙정 010-8817-7690 magarite@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