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소개] 작가 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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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작가 배정은
  • 김숙정 기자
  • 승인 2022.11.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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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김숙정 기자] 새벽을 깨우는 닭. 밤과 낮, 하늘과 땅 두 영역을 오가는 닭을 바라보며 인간과 이성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이를 작품으로 전달하는 배정은 작가를 소개한다.

[사진출처=시사매거진]
[사진출처=시사매거진]

배정은(BAE Jung Eun) 작가는 199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199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1991년, 1993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수상 경력이 있으며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관훈미술관, 인사아트센터 등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작품에 대한 배정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출처=아트밈] 닭-24
[사진출처=아트밈] 닭-24

빛나는 이성을 가진 인간은 주어진 본능대로 사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스스로 의식을 진보시키며 문명을 이뤄왔다. 이성은 빛과 그림자가 선명히 나뉘는 한낮을 좋아한다. 이것과 저것, 안과 밖, 위와 아래를 구별해 각각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나'를 규정하고 방어하기 위한 최소의 요건일 것인다. 그래서 이성에게 세상은 질서정연해야만 하고 생명은 정의돼야만 한다. 반면 모든 것을 한 덩어리로 만드는 어둠은 두려움 그 자체이다. 덕분에 인간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밤, 감정, 본능, 자연 같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박제하거나, 투사하여 '괴물'로 만들어버렸다. 세상의 모든 어둠을 낱낱이 드러내고 정복해 버리려는 이러한 이성의 야심 이면에는 실재에 대한 극도의 공포증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아트밈] 닭-5
[사진출처=아트밈] 닭-5

그래서일까. 새벽을 깨우는 닭은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세상을 불러들이는 빛의 전령으로서 인류 보편적으로 신성하게 여겨왔다. 짐작해보면, 오래 전 우리 조상들에게 받은 편안한 휴식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어둠을 틈타 침투할지도 모르는 낯선 존재들을 향한 긴장 속의 숨죽임이었을 것이다.그렇다면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들리는 닭의 울음 소리는 그들에게 그저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는 신호가 아니라, 죽음에서 삶으로 넘어가는 구원의 소리 같이 느껴졌으리라.

정보화 사회는 우리의 경험을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듯 딱딱 떨어지는 균질적인 사건들로 바꿔 놓았다. 정보를 숫자로 변환해 다루는 방식인 디지털 속의 세상에서 1은 1이고, 2는 2이며, 그 중간 값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이 떠오르는 하늘을 이성, 문명, 드러남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태양이 지는 땅은 감성, 본능, 사라짐의 영역이다. 십이지신 가운데 유일하게 하늘과 땅을 오가는 동물인 닭은 두 영역에 걸친 존재답게 어둠과 빛이 섞인 새벽에 화를 치며 운다. 그렇다면 닭은 대립되는 두 세계 사이에 걸친 존재를 상징하고, 닭의 울음은 그것이 인간의 실존임을 각성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호함을 견디는 존재 말이다.

[사진출처=아트밈] 닭-30
[사진출처=아트밈] 닭-30

몸을 자신의 전부로 알고 사는 인간은 자아를 육체에 한정해 안과 밖을 선명히 나누고 그 경계에 집착한다. 또한 탄생과 죽음이라는 관념을 만들어 스스로 선형적인 시간 속을 걸어간다. 개체의 탄생과 소멸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시작과 끝이 있는 듯 보이지만, 생명의 차원에서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또 다른 봄을 맞이하듯, 그저 영원한 변화가 있을 뿐이다. 생명은 살아있는 전체고, 우리의 실상은 혼돈이다. 따라서 무한한 다면성으로 매순간 변화하는 생명을 재단해 개념에 가두는 방식엔 이미 균열이 내포돼 있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우리는 불가해한 시간을 지나왔다. 위기 상황은 눈으로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여기던 이성의 오만에서 우리를 한 걸음 물러서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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