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작품은 언제나 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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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작품은 언제나 내 것일까?
  • 김준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3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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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김준현 칼럼니스트] 얼마 전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웹문예창작학과 재학생이 자신의 작품 계약에 대해 상담을 요청한 일이 있다. 작가에게 작품과 관련한 계약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학생이 작품 계약을 앞두고 있고, 또 그것을 상담 요청해 왔으니 선생으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흔쾌히 수락하고, 계약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물론 자신이 창작한 작품과 관련하여 계약을 맺을 생각에 학생도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계약은 학생 자신의 작품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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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작가가 작품을 쓰면, 종이책을 발행하는 ‘출판사’나, 웹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웹 콘텐츠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고 출판한다. 이걸 보통 ‘출판 계약’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작품은 작가의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의 작품에 대한 ‘출판권’, ‘유통권’을 유통사가 일정 기간 갖도록 한다. 출판 계약을 맺었다고 작품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작품은 그것을 쓴 사람. 즉 작가의 것이다.

그러나 이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작품과 작품 내의 캐릭터, 내용에 대한 저작권을 작가가 아니라 업체가 소유하는 계약도 존재한다. 

즉, 내가 썼다고 내 작품이 아닌 경우도 있다는 거다. 

사실 이런 계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가령 비디오 게임의 ‘스토리’를 생각해 보자. 게임에서 사용되는 ‘스토리’도 분명 어떤 작가에 의해 창작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은 보통 회사에서 여러 사람을 고용하여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을 들여 제작하는 콘텐츠다. 이 경우 게임의 스토리가 게임 회사의 것이 아니라 작가의 것이 된다면 어떨까?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작가가 갑자기 퇴사하고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한다면? 게임에서 스토리를 빼고 팔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이런 경우 게임 회사가 작가에게 스토리 창작을 ‘의뢰’하고, 그 저작권을 회사가 갖는 계약을 맺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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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작품의 저작권을 작가 개인이 아니라 단체나 업체가 소유하는 것 자체를 이상한 일로 본다거나, 혹은 나쁜 일로 볼 수는 없다. 업체가 작가에게 ‘우리 스토리를 만들어 달라’라고 의뢰하는 것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노동자를 고용해서 ‘우리 회사 자동차를 만들어 달라’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노동자가 회사의 돈을 받고 자동차 핸들을 제작했다고 해서, 그 핸들이 노동자의 것이 되면 곤란할 것이다.

이런 계약을 작가가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체결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필자에게 이 상담을 신청한 학생이 자신이 맺으려는 계약이, ‘자기 작품’에 대한 계약인지, ‘회사 작품’에 대한 계약인지 전혀 몰랐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이 바로 이 칼럼을 쓴 직접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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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생이 회사가 의뢰하는 작품을 계약에 의해 인건비를 받고 앞으로 쓸 거였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은 자기가 미리 써 놓은 작품을 가지고, ‘회사가 작품 저작권을 소유하는’ 계약을 맺을 뻔했다.

이런 경우, 사실상 자신의 작품을 회사에 파는 것이 된다. 학생의 작품이 인기를 끌어서 드라마화가 되어도, 학생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 되어 버린다. 수익을 정산받을 수도 없고, 애초부터 드라마가 되는 것에 대해 결정할 권한조차 갖지 못한다.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작품이니까.

그리고, 이 경우에는 해당 작품에 사용했던 인물을 다른 작품에 사용하는 데에도 제약이 발생한다. 그 캐릭터도 작품의 내용 일부고, 다시 말하지만 그 작품은 회사의 것이니까.

‘이 계약을 맺으면 이 작품은 회사 것이 되어 버립니다. 알고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학생이 크게 놀란다. 그걸 감안하고 다시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을 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만약 이 경우, 계약을 잘못하여 학생이 헐값에 자기 작품의 모든 것을 넘기는 일이 발생했다면, 그걸 ‘철없는’ 학생의 잘못으로 돌려야 할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작가에게 설명하지 않고 교묘하게 작성된 계약서를 내미는 관행 또한 비판 받아야 할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대가 더욱 더 작가에게 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작품의 계약 관리. 작가거나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자세히 공부해 보는 게 어떨까.

김준현 칼럼니스트

[서울사이버대학교 웹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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