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에 열망을 보태면 희망의 싹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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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에 열망을 보태면 희망의 싹이 터
  • 유영만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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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웰니스앤컬처뉴스 유영만 칼럼니스트] 프로방스 지방의 어느 고원지대를 여행하던 주인공은 황무지가 된 마을을 지나가게 됩니다. 그는 한 양치기 노인을 만나 잠자리를 제공받습니다. 그 양치기 노인은 황무지에 나무열매인 도토리를 심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황무지는 예전에는 나무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땔감으로 마구 베어가고 나무가 사라지자 땅은 죽어갔습니다. 그 와중에 부인과 자식들을 잃은 양치기 노인은 난폭한 바람이 불고 사막처럼 거친 풀밖에 안 남은 황무지에 남아 어떤 도움도 없이 날마다 도토리를 심었습니다.

그 뒤 세월이 흘러 주인공이 황무지를 다시 찾았을 때 10년 된 키 큰 나무들이 고원지대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황무지에 심은 도토리가 1만 그루의 나무가 되고, 그 나무들이 황무지를 초원으로 바꿔놓으리라 전망한 이는 주인공을 비롯해 아무도 없었습니다. 프레더릭 벡의 《나무를 심는 사람》에 나오는 실화입니다.


전망展望이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 거라는 객관적 관점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우리는 과학적인 방법과 도구를 활용하여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분석 결과에 따라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된다는 방향을 설정합니다. 그 전망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합니다. 예측은 객관적 자료와 그것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에 따라 이뤄집니다.


반면 소망所望은 미래에 달성하고 싶은 모습을 간절히 바라는것입니다. 소망은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전망보다 주관적입니다. ‘앞으로 이런 세계가 왔으면 좋겠다’는 개인의 주관적 표현이 바로 소망입니다. 객관적 전망과 주관적 소망은 모두 미래를 지향하지만 지극히 대조적입니다. 미래를 객관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전망과 주관적 가치가 담겨 있는 소망 사이에는 갈등이 일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신영복 교수는 전망과 소망의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에 자기 자신을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 어리석은 사람은 글자 그대로 자기에게 세상을 맞추려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세상이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 때문이지요.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는 것은 세상과 민첩하게 타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려는 그 우직한 노력이 세상을 보다 인간다운 것으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비교하는 선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소위 ‘전망’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그 내면에 자기의 ‘소망’을 담고 있다는 것이지요. ‘전망’이라는 객관적 언어로 표현하고는 있지만 그 속에는 자기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자기의 ‘소망’을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객관적인 전망보다 주관적인 소망이 더욱 강렬한 희망을 낚습니다. 비록 막연하기는 하지만 소망에는 주체의 주관적 의지와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소망에 열망이 포함되면 희망이 됩니다.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눈앞의 목표대로 안 된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역설적이지만 희망이란 절망 속에서 피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막연한 전망이나 소망보다 언젠가는 이뤄질 거라는 강한 자신감으로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소망은 지니고 태어나서 가랑비처럼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오지만, 희망은 살아가면서 지니게 되는가 보다(《마음사전》, 김소연 저, 마음산책, 2008).’ 그래서 희망은 이뤄지면 짜릿한 희열마저 밀려옵니다.


아무리 추운 경제 빙하기가 들이닥쳤다 해도 봄은 오고야 맙니다. 봄이 오는 동안 우선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먼저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꿈이고, 예측대로 되는 일이 없을 때 오히려 “계획대로 안 되는구나. 고맙기도 해라!” 하고 감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희망도 없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까뮈의 말입니다. 절망하고 나면 사람들은 변명할 구실을 찾아 자신을 변호하려 듭니다. 그러나 변명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며 변신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입니다. 그래서 절망하되 정직한 절망이 필요합니다. 정직한 절망만이 희망의 고기를 낚을 수 있습니다.


절망 끝에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 끝에는 절망이 또 다른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절망은 망하지 않는 희망의 꽃을 피우는 유일한 원동력입니다. 절망 끝에 서더라도 낙망하지 말고 실패했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꽃은 개나리와 진달래입니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봄이 오기 전 추운 겨울을 나면서 모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가 봄이 오면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봄은 긴 기다림 속에서 인고의 시절을 보낸 덕분에 맞을 수 있는 선물입니다.

 

●● 나를 키우는 물음표
시련과 역경 앞에서 좌절한 적이 있는가? 그 끝에서 진정 정직한 절망으로 처절하게 자신의 희망을 반추해보았는가? 절망 속에서도 자신이 왜 절망하고 있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진정으로 내가 간절히 바라고 붙잡으려는 희망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알고 있는가?

●● Start Again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무수히 시도하다보면
무심한 사람도 관심을 보이며,
마침내 세상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유영만은 지식생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다. 삶으로 앎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학자의 주장보다 문제의식이 주는 긴장감에 전율하는 경험을 사랑한다. 오늘도 삶의 철학자로 거듭나기 위해 일상에서 비상하는 상상력을 배우며 격전의 현장에서 현실을 매개로 진실을 캐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책 쓰기는 애쓰기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등 90여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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