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앤컬처뉴스 안상현 칼럼니스트] 내가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터넷 신문사인 모르니까타임즈 덕분이다. 친구들과의 동업 실패 이후 갈 곳 없을 때 나를 받아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기사를 올리지는 못했다. 한 번 써 보자, 다짐하고 3주가 지나서야 첫 기사를 올렸다.
그렇게 고생해서 쓴 첫 기사가 나왔으니 기분이 좋았을까? 안타깝지만 뿌듯함보다 실망감이 더 컸다. ‘내가 이 정도 수준밖에 글을 못 쓰는 사람이구나.’ 하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글쟁이로 태어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계속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라고 매일 스스로 다독이며 기사를 올렸다.
3개월 정도 지나자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지고, 남들에게 나의 글을 보이는 것도 점점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글 쓰는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런 작은 자신감 덕분에 기사쓰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료 기자들에게 나의 경험을 전해주었다. 몇몇 사람들은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글쓰기를 통한 자기이해’ 강연이다. 그리고 매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블로그에 나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나의 일상, 나의 생각, 나의 의견, 도서나 영화 리뷰 등 나의 진솔한 삶을 이야기했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었지만, 인간 안상현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
글을 쓰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쓰는 과정에서 나를 보게 되고, 쓴 글을 읽으면서 다시 나를 본다. 나라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다. 객관적인 시각 덕분에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는 능력도 길러진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가면 결국 사라지는 파도와 같다. 하지만 바다는 늘 그 자리에 남아있다. 감정이 사라지면 사실만 남는다. 나의 감정이 내가 아님을 깨닫는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막연하게 생각하기보다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글쓰기의 힘이다.
유시민의 『표현의 기술』을 보면 작가 본인은 정치적 목적으로 글을 쓴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결국 행동을 이끌고 싶다는 의미다. 반면 소설가 김훈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글 쓰는 목적이 나를 표현하기 위함인 것이다. 의도를 갖고 글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는 세 가지 목적으로 글을 쓴다. 첫째,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기 위해서다. 둘째, 나라는 사람을 알리기 위해서다. 셋째, 나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며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글쓰기가 뭐지?’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글쓰기는 내 삶이고, 나 자신이다. 글쓰기는 나를 찾는 가장 훌륭한 도구이며, 세상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채널이다.’라고 대답한다. 나는 기록하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안상현 칼럼니스트]
안상현은 나다움인문학교 교장이다. 나다움이 재능이고,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삶을 함께 누리고자 유튜브 '안상현TV'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나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