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앤컬처뉴스 황상열 칼럼니스트] 금요일 저녁 늦게 퇴근길이다. 집에 가기 위해서는 한번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잠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핸드폰 뉴스를 잠깐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톡톡 건드린다. 이 시간에 나를 아는 사람이 없을텐데 하고 돌아봤다. 앞에 있는 사람이 처음에 누군지 몰랐다.
“누구신지요?”
“안녕하세요. 저 모르시겠어요?”
“네. 이 동네 살면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처음 보는 듯 하네요. 저 그럼 가보겠습니다.”
“잠시만요. 선생님. 지난번 얻어먹은 밥값 드리려고 며칠간 이 근방에서 기다렸습니다. 연락처를 지난번에 주지 않으셔서.”
“아. 안녕하세요. 아니에요. 안 주셔도 됩니다. 그 돈으로 선배님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
“은혜는 꼭 갚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사업을 망해서 힘이 많이 들었는데, 지난번 사주신 밥 한끼 먹고 다시 한번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제가 한 건 별로 없어서요.”
지난번 굶고 있어 밥 한번 사달라고 했던 아저씨였다. 잊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밥값을 다시 주고 싶어 며칠을 기다렸다는 말에 좀 울컥했다. 아무것도 아닌 밥 한끼에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아저씨의 말 한마디에 또 내 눈은 수도꼭지가 되어 버렸다.
측은지심이었을까? 아니면 아저씨가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서 다행의 표현이었을까? 또는 예전에 힘들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을까? 등등 감정이 복잡했다. 더 이상 같이 있으면 더 센치해질 것 같아 돈을 준다는 아저씨를 서둘러 보냈다. 이제 아저씨도 용기를 냈다고 하니 다행이다. 저만치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빌었다.
횡단보도를 건넜다. 재촉하던 발걸음이 또 멈춘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니 이미 아저씨는 없다. 앞에 보이는 전봇대를 붙잡았다. 하늘을 한번 쳐다보았다. 이제 그만해야 하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인생 자체가 불공평한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왜 이리 오늘따라 더 야속하고 원망스러운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밥 걱정없이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지.
아저씨 이제 정말 행복하세요! 다시는 밥 한끼에 초라해지지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