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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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황상열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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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원인이었을까

[웰니스앤컬처뉴스 황상열 칼럼니스트] 며칠 전부터 성남의 한 고등학생이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계속 올라왔다. 이제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다. 키도 180cm가 넘는 안경을 낀 모범생 타입의 친구로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모님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기사에 나온다. 이틀이 지나도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부모님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뉴스가 이슈화되자 그를 찾기 위해 많은 경찰이 투입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흘 나흘 닷새가 지나도 그를 발견할 수 없었다. 19살이면 외모로 봐도 성인처럼 보이는데, 어린 아이도 아니고 왜 보이지 않았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이 서점에서 문제집을 사가지고 나왔다고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불안이 현실로 일어났다. 오늘 아침 학생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실종 전날 그는 아버지에게 성적으로 잔소리를 들었다고 전해진다. 아무래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서 고3 수험생이 성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특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세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그랬다.

아버지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씀을 귀에 못에 박힐 정도로 들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내신은 1등급이었지만 수능 모의고사는 항상 중위권이었다. 어떻게든 수능을 잘 보기 위해 고등학교 3학년 내내 쉬는 시간에도 공부했다. 그러나 생각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나는 번번히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항상 부담을 안고 살았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뉴스를 접한 그 친구의 심정도 비슷했을 거라 짐작한다. 열심히 했는데 내가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스트레스가 참 컸을 듯 하다. 거기에 아버지는 기름을 부어버렸으니 아마도 학생은 이 세상을 살아갈 용기조차 사라졌을 것이다. 또 아버지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생각도 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혼자 세상에 남겨졌다는 그 외로움과 공허함 때문에 이 세상에 더 이상 살아야 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으리라 생각된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어린시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성적에 집착하는 여주인공 은주가 꼴찌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남주인공 봉구를 만난다. 잠깐 성적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누리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온 은주는 7등을 하게 되자 부모님께 꾸지람을 듣고 옥상에서 투신한다.

진짜 수능시험을 망치자 아버지에게 많이 혼났다. 1년 다시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라고. 다시 공부하는 것은 때려 죽여도 하기 싫었다. 1년 더 한다고 잘되는 보장도 없었다. 그만큼 내 의지도 약했다. 그런데 19살의 나도 매일매일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명문대에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는 시험성적을 보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이제 나는 살아야 할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입학하고 나서 방황했지만, 내 한계를 인정했다.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사실도 받아들였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으니 한결 편했다. 대학생활은 원없이 즐겁게 했다.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마흔 중반이 된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다. 성남의 고3 학생도 성적이 다가 아닌데 좀만 내려놓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이제 19년 살았는데,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진 꽃길이 한 가득인데. 성적이 나빠도 신경쓰지 않고 행복하게 살면 그만인 것을. 자신 때문에 아들이 죽은 것 같아서 그 죄책감으로 아버지의 슬픔이 많이 크리라 생각한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에게 고한다. 행복은 성적순은 아니다. 공부를 못하고 수능을 망쳐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세상이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부만 잘했던 사람이 사회에 나오면 공부를 못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 비해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즐겁게 공부하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저 세상에서 편한 마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하며 행복했으면 한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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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열 칼럼니스트]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매일 쓰는 남자 황상열 칼럼니스트이다. 그는 30대 중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이후 지독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져 인생의 큰 방황을 겪었다. 다시 살기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서 항상 남 탓만 하던 그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과 글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를 모토로 독서와 글쓰기의 위대함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아주 작은 성장의 힘], [하이바이 스피치], [지금 힘든 당신], [괜찮아! 힘들땐 울어도 돼] 외 7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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