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앤컬처뉴스 현정석 칼럼니스트] 시간의 흐름을 그리는 작가 박재웅의 전시회가 열렸다. 그의 시간은 흘러가기도 하고 정지되기도 한다. 마치 예전에 비디오를 보거나 편집할 때 쓰던 죠그셔틀을 가진 듯한 느낌이다. 죠그셔틀을 잘 모르겠다면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생각하면 되겠다. 닥터스트레인지는 시간을 양손으로 조절하는데 그게 바로 죠그셔틀의 개념이다.
박재웅 박가의 그림속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는 않지만 정지하거나 천천히 흘러가거나 과거로 훅 돌아간다. 그의 시간은 소설 모모의 한 편을 보는 것 같고 추억 속 한 켠에 자리한 풍경으로 자리한다.
그의 그림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화려함이나 특별한 기술을 쓰지 않고 정통적인(본인은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을 담담히 그려낸다. 선배작가 겸 부친이었던 故박석환 화백의작업실을 이어받은 낙원상가 15층에서 담담히 바라본 북한산이나 어릴 적 살았던 구반포, 여행 갔던 제주도의 모습을 우리 눈 앞에 펼쳐 보여준다.
흘러가는 시간이 보이는 그 그림들 속에는 거울처럼 우리의 시간도 녹아들어 있다. 우리들의 추억, 우리들의 현재가 그의 작품을 통해 꺼내어지기 때문이다. 잠시동안의 그림 감상이 아니라 한참동안이나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재웅 작가는 자신의 틀을 깨고 싶어한다. 그래서 풍경에만 국한되지 않고 야채나 꽃도 그리는데 이런 작품 속에서 시간은 더 진솔하게 피어난다. 아마도 그는 풍경이던 정물이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때문이리라.
그와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 걷던 도중 바라본 풍경이 문득 그의 그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에 비친 가로등 불빛이 그의 선한 눈매와 닮은 탓이다. 시가 시인을 닮듯 작품도 화가를 닮는다는 진리는 오늘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