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코칭 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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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코칭 고수들
  • 이정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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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이정수 칼럼니스트]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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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이정수 칼럼니스트] 처음 다니던 회사에서 1988년 초 일본 고객들 기술 지원을 위해서 오사카 영업 지원 사무소로 발령이 났다. 당시 일본에 근무하면서 좀 의아해했던 것은, 스시 전문점에 가면 일반 좌석보다 마스터라고 하는 카운터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일반좌석보다 더 비싸고, 예약을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카운터 자리에 앉으면 누구나 오마가세 메뉴를 시키는 것이 관례였다. 처음에는 일반 좌석보다 테이블도 작고 좌석도 더 불편한 것 같은데 왜 더 비싸게 스시를 먹어야 하는지 잘 이해를 못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보니 커운터 자리에 앉는 것은 스시를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스터가 손님과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는 부가 서비스가 있어서 그 자리가 더 비싼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의외로 우리보다 더 개인적이고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치려는 관습에서 이런 별난 서스비가 생긴 것 같다. 마스터들은 스시를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이것저것 잡학이 풍부해야 손님들이 어떤 방면의 이야기를 해도 바로 응대가 가능한 것 같다. 그렇지만 모든 분야를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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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마스터들은 이야기 소재를 다 알지 못하면서 이야기 상대가 될 수 있을까? 이 의문의 답을 알아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가만히 옆에서 마스터와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스터들은 일단 손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의 표시를 잘해준다. 그러고 나서 손님에게 손님이 이야기한 것을 질문으로 되돌려 준다. 이렇게 손님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해 주고 손님이 했던 말을 되돌려 주기만 하는데 손님은 더 신이 나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많이 털어 내면 마스터에게 고맙다고 팁도 준다. 손님 이야기를 잘 듣고 잘 되돌려 주면 단골들이 많아지고 이것은 곧 매상으로 이어지는 순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런 소통 능력이 뛰어난 마스터들은 코칭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수준이 높은 고수 코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어떻게 전문적인 코칭 기법, 리더십, 심리학 등을 배우지 않고도 고수 코치와 같은 역량을 가질 수 있을까? 이것의 비밀은 고수 마스터들은 손님들 이야기를 고객 입장에서 잘 듣고 공감해 주고 간단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고객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까지 하도록 도와주는 역량이었던 것 같다.

실은 코칭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면 이런 경청, 공감, 질문하는 역량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배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들은 머리로 이해하고 알고는 있더라도, 직접 코칭 할 때는 이 역량을 발휘하기가 가장 힘들다. 나의 경우에도 가장 몸에 익히기 힘들었던 역량이 공감 능력이었다. 특히 후배 팀장들을 코칭 할 때 그들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그 정도 어려운 것들은 회사 생활에서 기본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되어서 공감이 너무 힘들었다. 어떤 때는 심지어 고객들에게 나 때에는 그 정도는 약과에 불과했다고 나무라기도 하고, 조언도 서슴지 않고 해 주었다. 이제 와서 그런 코칭 대화 장면을 다시 생각해 보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경청 또한 내가 아는 상식 수준으로 했던 것을 고객의 입장에서 경청하기까지는 상당한 코칭 경험이 쌓여야 조금씩 가능해진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주위에는 스시 마스터뿐 아니라 이발사, 미용사, 등이 코칭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도 공감, 경청, 효과적 질문을 자연스럽게 잘하는 고수들이 많은데, 나는 코칭, 리더십을 MBA까지 마쳤지만 자연스러움에서는 그런 분들 수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코칭/리더십에도 마스터 수준의 고수가 되기까지는 더 많은 자연스러움의 연마와 잘 익은 묵은지같이 숙성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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