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漆(칠), 아시아를 칠하다', 허명욱 좋은 기운을 쌓아 시간의 중첩을 표현하다
상태바
'漆(칠), 아시아를 칠하다', 허명욱 좋은 기운을 쌓아 시간의 중첩을 표현하다
  • 권혁탁 기자
  • 승인 2022.01.14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 박물관 특별전시실 2021. 12. 21.(화) ~ 2022. 3. 20.(일)까지
매일 색을 만들고 매번 다른 색을 덧칠하는 행위를 통해 좋은 기운을 쌓아 이루어내는 시간의 깊이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웰니스앤컬처뉴스 권혁탁 기자] 국립중앙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단단하고도 아름다운 아시아 칠공예의 세계를 마음껏 경험해 볼 수 있는 '漆(칠), 아시아를 칠하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기간은 2021. 12. 21.(화) ~ 2022. 3. 20.(일)까지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시작된 '漆(칠), 아시아를 칠하다'는 중국, 일본, 태국, 미얀마의 칠기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작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칠 대모 국화 넝쿨무늬합"은 최초로 일반에게 공개된 것으로 상해박물관 소장 조칠기 30여점 전시되고 있다.

총 200여점이 넘는 작품을 전시는총 4부의 구성에 에필로그까지 5가지 주제를 가지고 짜임새있게 보여주고 있다. 

옻칠은 예로부터 아시아 각지에서 사용해 온 천연도료다. 옻칠은 기물의 마감재인 동시에 아름다운 장식 기법으로도 활용되었다. 아시아에서만 자생하는 옻나무와 옻칠은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기술 문화로 자리 잡아, 각 지역의 취향에 기반한 칠공예의 꽃을 피웠다. 

칠공예는 시간의 예술이기도 하다. 옻나무에서 옻칠을 채취하고 정제하여 도료로 만드는 것과, 물건에 옻칠을 하는 것은 모두 반복되는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작은 칠기 한 점은 그 모든 시간의 흐름을 켜켜이 쌓은 결정체이고,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 내고 우리에게 온 것이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전시 작품 중 허명욱 작가가 옻칠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1년의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 돋보인다. 작가가 성찰한 시간성이 하나의 독창적인 회화 표현으로 전개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허명욱 작가는 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데 이번 전시에서 그의 옻칠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허명욱 작가의 '칠(漆)하다'는 사물에 물감 따위를 '바르다, 도포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너머 무수히 반복하는 칠을 통해 '시간의 중첩'을 표현하는 칠을 의미로 확장된다. 

생활 목가구 및 칠기의 마감 도료에 머물렀던 옻칠은 작가의 평면회화 화면 속에서 시간의 엄중함으로 나타난다. 옻이라는 천연 재료의 특수성이 낳은 특유의 간색은 채도가 높은데, 작가는 캔버스뿐 아니라 자체 제작한 금속 화판 위에 오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색들을 서로 중첩시키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 중첩된 흔적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간의 무게를 경험케 한다.

작업은 1년 내내 30도 이상의 온도와 70% 습도를 유지한, 고온다습한 실내 환경에서 이뤄진다. 생칠에서부터 수십 번의 흑칠까지 꼬박 서너 달이 걸린다. 흑칠 이후, 금속 캔버스에 처음 입힌 삼베를 절개하고 그 면에 마감칠인 '이자지칠'이 올라가면 화면 상 시간은 정지한다. 이 정지한 시간이 작가 즉, 인위적인 시간을 대변한다면 반대편에서 대조를 이루는 영역은 자연적 시간에 의해 소멸로 향하는 시간을 은유한다. 

작가는 한국 옻칠을 택하게 된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인위적인 시간성'과 작품 제작단계에 개입하는 '자연의 시간성', 그리고 이들이 함께하는 '총체적인 시간성'을 작업의 기본재료로 삼았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칠에 또 칠을 입히고 말리고 또 색을 올리는 반복 작업에 따른 터치의 느낌과 색의 느낌을 만들며 옻칠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 허명욱은 매일 아침 옻에 천연염료를 섞어 색을 만든다. 그날그날 감정과 기분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온다.

완성한 색을 작업 중인 여러 작품에 칠하면 새로운 색이 먼저 칠한 색을 덮지만, 층층이 옻칠이 쌓이면서 작품에 두터운 시간의 흔적이 나타난다. 

그가 칠을 계속 쌓아 올리는 것은 좋은 기운을 쌓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한다. "그날의 좋은 기운으로 만든 색을 덮어나가면서 좋은 기운의 덩어리를 만드는 것"이고 매일 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좋지 않은 날에는 색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늘 좋은 기분과 기운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전시 준비로 며칠 작업을 못하면 손이 조금 깨끗해진다. 평소 작업을 할 때는 질감과 감촉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장갑을 끼지 않고 작업한다. 

매일 새로운 기운으로 자신의 작업의 행위나 작품 속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느끼고 작은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작가가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허명욱 작가는 수행을 하듯 반복해서 색을 쌓는 작업에 정성스럽게 시간과 인생을 쌓고 있다. 우리 전통의 옻칠을 통해서 부단한 노력과 수고를 담아 시간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담겨있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0길 33
  • 전화번호 : 02-499-8014
  • 팩스 : 0508-940-8014
  • 이메일 : yjsqueen@naver.com
  • 웰니스앤컬처뉴스 사업자번호 : 414-06-64165
  • 개업연월일 : 2019-11-05
  • 발행·편집인 : 유지선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 52779
  • 등록일 : 2019-12-3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
  • Copyright © 2024 웰니스앤컬처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jsqueen@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숙정 010-8817-7690 magarite@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