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렬, ‘신안신목_우실’ 사진전... 천사의 섬, 신안의 신목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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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렬, ‘신안신목_우실’ 사진전... 천사의 섬, 신안의 신목을 기록하다.
  • 유지선 기자
  • 승인 2022.08.02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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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8월 2~ 8월 16일(매주 월요일 휴무)
장    소: 소전미술관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우실 전시 포스터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우실 전시 포스터

[웰니스앤컬처뉴스 유지선 기자] 나무 사진가 이흥렬의 사진전 ‘신안신목_우실’이 8월 2일 경기도 시흥시 소전미술관에서 열린다.

최근까지 국내의 나무들뿐만 아니라, 네팔 히말라야의 랄리구라스, 이탈리아 뿔리아의 올리브나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를 촬영하여 전시했던 작가가 올해 3월과 4월에 아예 신안군에 거주하며 섬들에 산재해 있는 보호수와 노거수들을 촬영한 전시이다. ‘통영신목’, ‘제주신목’에 이은 세 번째 섬 나무 시리즈이다.

이홀렬 작가는 피사체가 된 나무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자연, 그리고 역사적 의미와 함께 나무를 작업한다. 이번 ‘신안신목’ 역시 새로운 조명을 도입하여 신안 바다의 윤슬과 염전의 반짝이는 빛을 독특하게 시각화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특히 주목한 것은 남쪽 해안에 널리 퍼져있는 ‘우실’이다. 오래된 보호수가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우실’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안을 포함한 남해안에서 ‘우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안 우실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작가 노트에 남겼다. ‘그렇게 대대로 이어져 패총처럼 쌓인 마을의 역사가 고스란히 우실에 남아 있었다’ 작가에게 우실은 나무들의 보고였다.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팔금도_이목리_팽나무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팔금도_이목리_팽나무

이흥렬 사진가의 작품 속 나무는 남다르다. 굵직한 기둥과 작은 잔가지도 힘 있게 뻗어나간 데서 기상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캄캄한 밤을 배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나무는 사진 속 배경이 아닌 주인공으로 빛난다. 이흥렬 사진가는 공기처럼 늘 곁에 존재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나무를 사진에 담아내며 나무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나무들은 모두 그 나무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곁의 나무에게도 역사와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 1,500여 개의 섬을 돌며 보호수 또는 신성시되는 당산나무 등을 기록해 왔다. 앞으로도 국내 지역과 섬은 물론 특히 남예멘에서만 자라는, 빨간 수액이 나와서 ‘용혈수’라는 이름이 붙은 특이한 나무를 촬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지도_내암리_느티나무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지도_내암리_느티나무

지난 ‘제주신목’에서처럼, 이번 신안신목 역시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단순히 나무의 외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자연, 나무와 사람의 관계를 사유하는 과정이 사진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사진을 촬영하며 그 지역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즐기고, 이를 SNS에 기록한 것에서도 작가가 나무만이 아니라 사람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흥렬 사진가의 나무 사진은 자연 다큐멘터리 적인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끊임없이 대상을 탐구하고, 또 탐닉하며 마침내 그만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이 ‘신목’ 시리즈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더 많은 경이로운 나무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하의도_어은리우실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하의도_어은리우실

◇ 작가노트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우실’이었다.
돌로 만든 돌담우실이나 흙으로 만든 토담우실이 아니라, 살아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생우실이었다. 신안의 섬마을마다 존재하는 우실은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이루었고, 외부로부터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주었으며, 바람과 소음을 막아주고, 농작물의 수확량을 높이며, 습도를 조절하였다. 신안 우실의 나무들은 주로 오래된 팽나무였고, 마을 언덕 위에 우아하고 아늑하게, 또는 장엄하고 신비롭게 자리하고 있었다.

수백 년 살아온 우실의 나무들을 보며 그 마을 사람들을 생각했다. 처음 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들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라 다시 나무를 가꾸었다. 그렇게 대대로 이어져 패총처럼 쌓인 마을의 역사가 고스란히 우실에 남아 있었다.

사람 사이의 뜨거운 사랑이 한때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면, 나무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이렇게 나무에 남아 오랜 시간 인간을 존재하게 하였다. 무덤마저 무너지고, 족보마저 사라진 세상에서 누가 한순간 살다 간 이를 기억할까. 그나마 그가 심은 나무 있어, 지나는 이 잠시 머물며 감사한 마음 표할 수 있었음을. 내 남은 시간 역시 그런 삶이길 간절히 바라지만,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인 나에게 어쩌면 그조차 과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신안 갯벌에 부서지던 눈부신 저녁 햇살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실눈을 뜨게 된다. 그러면 희미하게 보이는 그리운 팽나무들.
지금쯤 연두색 이파리 돋아났을까?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암태도_익금우실 팽나무
[사진출처=소전미술관] 신안신목_암태도_익금우실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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