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 벗에게 전하는 사색의 편지,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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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 벗에게 전하는 사색의 편지,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 황상열 기자
  • 승인 2023.01.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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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춘추사, 헤세 에세이의 정수 ‘삶을 견디는 기쁨’ 출간
[사진출처=문예출판사] ‘삶을 견디는 기쁨’ 출간
[사진출처=문예출판사] ‘삶을 견디는 기쁨’ 출간

[웰니스앤컬처뉴스 황상열 기자] 문예춘추사가 헤르만 헤세의 깊은 속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은 글 48편이 담긴 에세이 ‘삶을 견디는 기쁨’을 출간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으로 잘 알려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는 굵직한 그의 작품들은 변하지 않는 고전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기에 불멸의 작가라고도 불린다.

독일 남부에서 목사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 눈부신 영광을 얻은 작가다. 하지만 정작 그의 삶은 어두웠다. 세계2차대전 중 조국 독일에 대항해 반전 운동을 펼치면서 같은 독일인들에게 비난받기도 했다. 개인적인 면으로는 익히 알려진 대로 예민한 성격과 자살 충동 탓에 괴로워했고, 그의 아내는 정신병에 시달렸다. 

[사진출처=문예춘추사] 헤르만 헤세
[사진출처=문예춘추사] 헤르만 헤세

그의 에세이집 ‘삶을 견디는 기쁨’은 그래서 대체로 잔잔하면서도 우울하고 때로는 격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이성과 화가의 감성을 지닌 헤세는 자신의 외로움과 고통을 외면하거나 왜곡하지 않았으며 거기에 정복당하지도 않았다. 천재적인 예술가답게 글과 그림, 여행을 통해 우울함을 삶에 끝없이 도전하는 용기로 바꿨다.

‘삶을 견디는 기쁨’ 속 헤세는 어젯밤에 꾼 꿈이나 자기 작품을 낭독하는 모임에 슬쩍 참여한 일, 음악회, 독자들이 보낸 편지 등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소재로 삼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이 자신을 기쁘게 하는지, 혹은 괴롭게 하는지 끊임없이 사색한다. 그 사색이 끝날 때마다 그는 깨닫는다. 고통은 축복을 향해 가는 과정이고 축복도 고통으로 가는 길목에 있음을. 결국 행복과 고통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다. 헤세는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도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해도 해준다”며 조용한 응원의 손길을 내민다. 그의 이런 글 속에서 우리는 삶을 견디는 기쁨 그 자체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떤 고난에도 헤세는 오히려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고통을 느끼며, 행복을 맛봤다. 담백한 그의 글과 더불어 도서 속에는 헤세가 직접 그린 수십 개의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과 스케치가 담겼다. 함께 감상하다 보면 ‘행복’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다. 

“이제 속도를 점점 늦추고 있는 기차는 곧 기차가 내뿜는 연기 때문에 그 표지판을 읽을 수 없는 미지의 역에 멈추어 설 것이다. 그 마을 이름이 무엇이든 개의치 않고 나는 내릴 것이다. 그리고 근처 어딘가에서 틀림없이 숲을 발견할 것이고, 그 가장자리에 누워 구름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근처 어딘가에서 시냇물을 찾아내 얼굴을 시원하게 적시고 헤엄쳐 다니는 송어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견디는 기쁨 ‘여름날의 기차 여행’ 챕터 중-

칼 구스타프 융은 헤세의 글을 가리켜 ‘폭풍이 이는 밤을 비추는 등대의 불빛’이라고 칭송했다. 그의 말대로 온갖 고난과 우울 속에서도 희망과 깨달음이 번뜩이는 그의 글은 우리에게 인생을 비추는 등대가 된다. 새로운 새해를 맞아 앞으로 나아갈 삶 그 자체를 긍정하고 살아 있는 것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사진출처=문예춘추사] 밤나무 숲속의 선술집, 펜과 수채 1930, 헤르만 헤세 작
[사진출처=문예춘추사] 밤나무 숲속의 선술집, 펜과 수채 1930, 헤르만 헤세 작

그러니 고통을 사랑하라. 거부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라! 마지못해 억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것의 은밀한 내면에 있는 달콤함을 맛보아라. 아픔을 주는 것은 다른 것에 있지 않다. 그것을 거부하는 마음이 네게 아픔을 줄 뿐이다. 네가 그것과 함께 한다면 고통은 고통이 아니며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네가 귀를 기울여 그들이 내는 소리를 잘 들어 보아라. 그것은 훌륭한 음악임을 알게 된다. - 본문「한편의 일기」중에서

인간은 궁극적으로 ‘건강’해질 수 없으며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물론 내게도 고통이 없는 날이란 드물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또다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고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 본문 「언제나 새로운 자기 자신 가꾸기」중에서

예술가의 종착지이자 목적지는 이제 더 이상 예술 행위나 작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고 단념하는 것, 그리고 영혼의 평온함을 누리며 기품 있게 존재하기 위하여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늘 고뇌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아를 희생하는 것이다. - 본문 「병상 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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