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회의 유고 시집 『하늘못 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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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회의 유고 시집 『하늘못 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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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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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의 친구 구상회, 스무살이 되기 전 공주와 부여를 오가며 교류했고
문학청년들의 모임 ‘야화’를 꾸리고 사회 참여와 교사로, 운명적 격동기를 살아낸 시대의 증인들
구상회의 유고시집 [하늘못 절길]
구상회의 유고시집 [하늘못 절길]

[웰니스앤컬처뉴스 유지선 기자] 구상회의 유고시집 [하늘못 절길]은 몇 편의 시가 공주문인협회 기관지 <공주문학>에 실렸었고, 시인이 생전 작품들을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보관했던 작품들이 가족들의 뜻에 의해 시집으로 발간됐다.

소연 구상회(1930.3~2010.8)는 공주시 의당면 출신이다. 조부로부터 한학을 배웠고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재학 중 신동엽, 이상비 시인과 교유했으며 당시 신동엽(1930~1969년)은 무정부주의자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에 구상회는 노자사상에 빠져 각각 자신의 관심사에 독서하고 토론했다. 구상회와 신동엽은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여 교사와 청년운동에 참여했으며, 수시로 공주와 부여에서 만나 문학청년들의 모임 ‘야화’를 꾸렸다.

6.25 한국전쟁 뒤 구상회는 공주여고, 강경여고에 근무했고 서라벌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했으며 명성여고에 근무하던 신동엽과의 우정은 계속되었다.

신동엽이 1969년 사망하자 구상회는 공주 동학 전투 지역 답사와 채록으로 고독한 시간을 달랬고 교직을 그만둔 뒤에 개인사업에 전념했다.

[하늘못 절길]에서 시인은 나이 사십에 타계한 신동엽에 대한 그리움을 <사람><삼만지>에서 되살리며 기회가 될 때마다 신동엽을 불러냈고 그와 거닐던 우금티 동학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동학군이 남긴 절규를 시로 남겨 신동엽을 기억하고자 했다.

<송장배미><장구동에서>는 무쇠를 달구어 뜬쇠로 창칼로 벼리고 밥이 하늘이라 외치며 살고 싶은 절규로 나선 이들을 추모하고 청양군 목면 장구마을 모덕사에 봉헌한 조선 유림 최익현의 죽음과 직간접으로 연계된 의병들을 기렸으며, <뒷간>에서 집떠나 공부하러 간 아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은 세파에서 든든한 의지가 되어주고싶은 아버지의 마음의 절절한 마음을 내보였다.

김홍정 소설가의 평설 일부를 붙인다. 구상회는 시적 서정에서 신동엽의 시적 자아와 일치하고 공감했다. 구상회가 의병과 다르지 않은 동학군의 자취를 따라 걸을 때, 신동엽이 외세에서 벗어난 민족의 자각을 노래했다. 신동엽이 ‘한라에서 백두까지 … 그 모든 쇠붙이는 가라’고 조국 분단 극복을 노래할 때 구상회는 ‘남기/ 북기/ 통일기’로 화답했다. 구상회가 ‘한 신하님…하늘못 굼부리 항아리울음…젊은이가 말아올려 거든다」고 늙은이 젊은이가 하나 되어 새 세상이 열리는 고천 의식을 행할 때, 신동엽은 ’산에 언덕에‘ 온 겨레의 염원이 피어날 것이라 선언한다.

구상회의 시 세계에 자리한 신동엽의 시 정신은 조화롭다. 이들이 <들꽃> 동인으로 젊은 겨레 사랑 정신으로 품었던 문학의 뜻은 엄격하고 단정했다. 구상회가 노래한 대로 ’재주는 물거품 같을 것‘이나 ’몽당붓 하나로 심어 논 씨‘들이 남 누리 북 누리 온 세상을 다니며 어깨동무하고 춤추고 힘차게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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