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문화와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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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문화와 메타버스
  • 김준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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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김준현 칼럼니스트]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이 최근 유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시국으로 온라인 활동이 늘어난 게 큰 몫을 했지요. zoom, google-meet, Web-ex 등 웹 환경을 기반으로 한 화상회의 플랫폼을 사용해 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평소에 웹을 통한 소통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일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익숙해져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겠지요.

이러한 웹 기반 소통 플랫폼 사용 빈도가 올라감에 따라, 위에 언급한 플랫폼들 외에 여러 후발주자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기존 플랫폼들과의 차별성을 갖춰야 치열한 웹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그런 이유로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웹 소통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더군요.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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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게더타운’처럼 메타버스 경험을 강조하는 플랫폼들도 있습니다.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만들고, 마치 게임 캐릭터를 조작하듯이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합니다. 회의를 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도 곧바로 회의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당황하는 유저들도 있지요. 아바타를 움직여, 회의장으로 구현된 공간에 들어가야 합니다. 가상의 건물에 들어가서, 복도를 걸어, 회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면, 그제야 회의에 참여 중인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줌은 회의를 시작하는 행위와 플랫폼에 접속하는 행위가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더타운은 플랫폼에 로그인하는 단계와 회의에 참여하는 단계가 명확하게 구별되지요. 심지어, 앱에 접속해서 회의장에 들어가지 않고, 그 주변의 공간만 맴돌다가 로그아웃할 수도 있습니다. zoom에서라면 그건 아무것도 안 한 게 되지만, 게더타운에서는 정원을 거닐거나, 회의 밖의 다른 아바타와 인사를 하는 등, 그거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많지요.

결국 게더타운 같이 ‘멀티버스’의 성격을 갖춘 플랫폼은 ‘회의 기능’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플랫폼을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이 공간의 개념을 키우면, 그것이 세계(universe)가 됩니다. 웹을 통한 가상의 세계에 우리가 새로운 정체성(아바타)로 접속했으니, 바로 이것이 ‘메타버스’입니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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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플랫폼을 우리가 ‘메타버스’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조건이 최소한 필요합니다. 하나는 ‘아바타’고, 또 하나는 현실 세계와 분명히 구별되는 공간(세계)입니다. 웹과 IT 기술은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지요.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에게 널리 퍼진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마치 메타버스가 웹이나 스마트폰 같은 ‘기술’에 종속된 개념이라는 오해인데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물론 이런 기술이 메타버스를 발전시키고 작동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요).

‘메타버스’라는 말은 1992년에 미국의 한 소설가에 의해 창안되었습니다. 그때는 스마트폰은커녕, 인터넷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그 얘기는, 메타버스는 웹 기술이 충족되지 않아도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역으로, 기술이 충족되었다고 무조건 메타버스가 실현된다는 것도 아니고요.

웹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메타버스를 실현하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웹소설 작가의 경우, 자신의 아이디/필명을 만들어 실제 세계의 자신과 분리시킬 수 있습니다.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지요.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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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웹소설 플랫폼을 가상의 세계처럼 활용하여, 역시 아바타로서 그 세계에 들어와 있는 독자나 다른 작가들과 적극 소통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이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정체성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행동하는 것은, 그 세계에서의 소통 능력을 기르고 더 나아가 그 세계의 주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듭니다. 결국 웹소설 작품의 성공적인 유통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요.

모든 웹소설 작가나 독자들이 이렇게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맞게 사고하고 활동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웹문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메타버스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 사실을 적극 활용합니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실제 자신과 플랫폼 내의 자신이 간극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인지하기 못 하기도 하지요.

메타버스에서도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인식과 태도입니다.

메타버스 시대와 환경에 맞게 사고하고 또 활동하는 것. 이것이 우리 시대의 주류 문화로 자리잡은 ‘웹문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일지도 모릅니다. 메타버스에 접속하면서도 그렇지 못하는 것과, 잘 인지하고 있는 것. 둘 중 무엇이 그 세계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것일지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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