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정말 ‘헛소리’인가?
상태바
메타버스는 정말 ‘헛소리’인가?
  • 김준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31 2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한국경제] 
[사진출처=한국경제] 

[웰니스앤컬처뉴스 김준현 칼럼니스트] 존 카맥(John Carmack)은 컴퓨터 게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인물이다. 바로 저 <DOOM>과 <Quake>의 개발자니까. 이 두 게임이 뭔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쉽게 말하자면, ‘1인칭 시점으로 총을 쏘는’ 게임들의 할아버지라고 보면 된다. 

이 업적을 바탕으로 IT 산업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그가 10월 29일, <Facebook> connect 2021 Keynote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You know I want it to exist, but I have pretty good reasons to believe that go setting out to build metaverse is not the best way to wind up with the metaverse.” 의역하면, “나는 그것(메타버스)이 존재하길 바란다. 하지만 지금 당장 메타버스를 만들어 내는 게, 메타버스를 시작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믿는다.”

존 카맥의 이 발언이 담긴 연설은, 최근 한 주 동안 우리나라 IT 언론에서 ‘메타버스 작심 비판’, ‘메타버스는 헛소리’라는 헤드라인으로 활발하게 소개되었다. 이른바 ‘메타버스 회의론’이다. 

그런데, 필자가 인용한 존 카맥의 말을 한번 음미해 보자. 존 카맥은 메타버스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사람이 맞는가? ‘나는 그것이 존재하길 바란다’라고 하고 있는 존 카맥은 정말 메타버스를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저게 그렇게 단순한 언술인가?

아주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우주여행’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당장 인류가 우주여행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어떨까? 어떤 회사가 ‘우주여행’을 갑자기 인류의 최우선 과제로 선언하고 정부에게 예산을 요구하고 실제로 세계 정부들이 거기에 호응하여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다면? ‘너희 제정신이냐? 우주여행이 뭐라고?’ 이런 비판이 나올 만하다. 

당장 돈을 들인다고 실현될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 다른 중요한 할 일들도 많은데 모든 기회비용을 거기다 쏟아부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게 진짜로 ‘우주여행’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반대일까? 

존 카맥의 발언은 바로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존 카맥은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 않다. 다만, 그것을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것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메타버스를 반대하는 것과, 메타버스 열풍에 일침을 가하는 일을 구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가 ‘우주여행’이나 ‘자율주행’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고 그것이 바로 기술로 완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하면 된다.
물론 메타버스 회의론이 지금 대두되는 맥락은 있다. 

어떤 이들은 마치 메타버스를 불과 얼마 전에 나온 새롭고 신기한 개념인 것처럼 포장한다. 또 어떤 이들은 제도적, 금전적 뒷받침만 있으면 내일 아침에라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인 것처럼 과장한다. 또 어떤 이들은 메타버스가 당장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될 과제라고 호들갑을 떤다. 

이런 과장과 호들갑으로 막대한 예산이 책정되고 시장이 움직인다. 어떤 회사는 이 개념을 이미지 세탁에 이용하려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분명히 문제다. 하지만 그것이 메타버스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사진출처=로블록스 홈페이지]
[사진출처=로블록스 홈페이지]

메타버스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좋은 지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마치 ‘도깨비방망이’나 ‘만병통치약’처럼 포장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메타버스 회의론’은 그 점에서 온당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그런 호들갑에 대한 회의론과, 메타버스 자체에 대한 회의론을 구별하여 소개하지 않는 것은 좀 답답하다. 그런 과정에서 구별되어야 할 점이 구별되지 않고, 아무말이나 인용된다. 

특히, “메타버스 자체의 조건이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 같은 언술은 좀 걸러서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이건 너무 전형적인 ‘기원의 오류’에 해당하는 발상 아닌가. 

SF에서 창안되어 실천된 개념이나 기술들이, 디스토피아적 기원을 갖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그렇다고 그 개념이 좋은 쪽으로 활용될 수 없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장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말도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SF인 <뉴로맨서>에서 기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이버’라는 말이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도록 노력하는가? 디스토피아 SF에서 창안된 개념이면 나쁜 개념이냔 말이다.

메타버스를 ‘만병통치약’으로 소개하는 시각은 물론 비판받아야 한다. 장단과 한계를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섬세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논쟁의 맥락을 무시하고 무조건 ‘헛소리’라고 소개하는 몇몇 언론들의 시각은 또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만병통치약 아니면 헛소리’. 

대상이 이렇게 모 아니면 도로 나뉘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방식으로 대상을 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김준현 칼럼니스트]

   서울사이버대학교 웹문예창작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0길 33
  • 전화번호 : 02-499-8014
  • 팩스 : 0508-940-8014
  • 이메일 : yjsqueen@naver.com
  • 웰니스앤컬처뉴스 사업자번호 : 414-06-64165
  • 개업연월일 : 2019-11-05
  • 발행·편집인 : 유지선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 52779
  • 등록일 : 2019-12-3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
  • Copyright © 2024 웰니스앤컬처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jsqueen@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숙정 010-8817-7690 magarite@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