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세주의자에서 삶을 긍정하는 마법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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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주의자에서 삶을 긍정하는 마법사로
  • 김유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0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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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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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김유영 칼럼니스트] 나는 한때 지독한 염세주의자였다. 염세주의는 말 그대로 삶을 불행하고 비참하게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반면 염세주의는 불행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삶을 긍정하는 통찰이기도 하다. 결핍이 인간을 노예로 만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살아가는 에너지를 주는 긍정적 힘 될 수도 있음도 알았다. 염세에 빠지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한 슬픔이 넘치고 넘친다. 허구한 날 방구석에 앉아 출구 없는 세상에서 세월의 파도를 타고 빠져 죽기에 알맞은 소용돌이 속에서 세상으로 나갈 길이 막힌 나는 그저 염세와 세상 속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환상 사이를 오가며 살았다.


자신의 마음만큼 어두운 삶에 빠져 있었고, 그저 세상을 등지고 싶었고, 살아 있다는 것을 잊고 싶었으며, 나를 죽게 내버려 달라 외치며, 이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 목놓아 울었다. 세상을 버리고 싶어 하는 이런 말들이 그때의 나의 삶에는 차고 넘쳤다. 나를 휘감고 있는 정념에 지쳐 오로지 세상으로부터 빠져나갈 궁리만을 하고 있었다.


염세의 정서는 세상에 지쳐 세상을 저버리고 싶어 세상에 대한 어떤 미련도 없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된 채로 소멸한다. 지치고 지쳐 울음도 슬픔도 회한도, 눈물 자국마저 남지 않고 세상의 모든 불은 꺼져버린다. 그저 아무것도 없이 분노도, 안식도 없이 다 사라진다. 사람을 지쳐 주저앉게 만들고, 그것은 죽음과 그 너머의 것들을 바라보게 한다. 삶이 파괴되는 불행한 세상에서 염세주의는 삶을 긍정하는 마음으로의 깊은 통찰로 이어진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염세의 정서는 그렇게 철학 안으로도 들어선다. 염세주의는 악독함을 피하고자 죽음을 열망한다. 죽음이 두렵다고?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죽음은 살아 있는 것에도, 죽은 것에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것에 관심이 없는 까닭은 그것이 죽음과 상관없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죽은 것에 관심이 없는 까닭은 그것이 더는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은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공격하지 않는다. 관 속에 누워 죽음을 생각하고 느껴보니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의 근본에는 의지가 숨어 있다. 의욕이 너무 쉽게 충족돼 곧 소멸하면서 의욕의 대상이 제거되면 인간은 무서운 공허와 무료함에 빠진다. 맹목적인 충동을 다 만족하게 해주지 못해 늘 삶은 허기와도 같은 고통을 겪는다.


반대로 이 충동이 쉽게 충족되는 경우엔? 삶은 좌표를 잃고 무료함에 빠지게 된다.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 그리고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데서 오는 권태와 무료함. 인생은 어디로 가든 이 두 가지 나락으로 굴러 떨어진다.


삶과 고뇌로부터의 참된 행복은 의지의 완전한 부정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은 결핍을 근본으로 하는 의지의 노예이며, 그로 인해 인생의 모든 고통이 생겨난다는 생각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의지는 늘 고통스러워하는 결핍이 아니라, 봄이 오면 풀이 자라고 대지가 더 뜨거워지면 열매가 생산되는 것과 같이, 우리가 자연의 일부로서 가지고 있는 생산력, 살아나가는 힘, 삶의 기본을 이루는 긍정적 힘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쇼펜하우어의 제자를 자처했지만, 정반대로 힘의 의지를 긍정했던 니체처럼. 염세주의를 인간의 타고난 충동이 겪는 결핍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엔 염세주의는 보다 훨씬 심오하다.


염세주의는 삶을 긍정하는 자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통찰이다. 왜냐하면 현실이란 삶을 긍정하기보다는 반대로, 가벼운 쾌락에 욕심내며 장님처럼 사는 태만, 복수심과 시기심을 만족시키려고 남의 삶을 파괴하는 폭력 같은 것으로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


삶을 긍정하는 사람이라면, 삶을 파괴하는 이 현실 앞에서 염세의 눈에 눈물을 담고 슬퍼할 수밖에 없다.

 

삶을 긍정하는 자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깊은 통찰이 염세주의다.

 


[김유영 칼럼니스트]

매일 글을 쓰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긍정의 희망을 전파하려 노력하는 자칭 ‘긍정 마법사’이며 가슴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다. 훗날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심리 상담과 강연을 하며 지금까지 해온 선한 나눔을 실천하며 살고자 한다. 또한 한부모 가정이나 어려운 아이들이 자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는 일념으로 그들을 위한 재단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작가와 강연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매칭 서비스 플랫폼인 숨고(숨은 고수)에서 심리 상담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쉼, 하세요] [마음이 향하는 시선을 쓰다] [나만의 쉼을 찾기로 했습니다] [오늘만큼의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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