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소개] 정소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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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정소영 작가
  • 전유나 기자
  • 승인 2022.03.25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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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사진출처=아트맵] '어부의 섬' 한-중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부표, 구리(2018)
[사진출처=아트맵] '어부의 섬' 한-중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부표, 구리(2018)

[웰니스앤컬처뉴스 전유나 기자]

정소영 작가는 2013년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개인전 <정소영 :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를 선보인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도시와 자연이 생성되고 관계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관찰하며 새롭게 경험되는 공간적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도시'의 현재는 인공적인 건설의 풍경이 독점하는 듯 보이지만, 그 도시가 세워지는 지대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지각변동의 지질학적 변화 위에 놓여있다.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도시의 시간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자연의 시간은, 같은 공간에 중첩되어 서로 충돌하고 작용하며 결국 함께 진화한다. 정소영은 이 상반된 두 시간의 간극에 관객을 초대하여, 우리가 사는 현재의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의 시간적 여정을 경험하게 하고자 하였다. 

[사진출처=정소영작가홈페이지]
[사진출처=정소영작가홈페이지]

자연의 지질학적 진행방식으로 도시의 인공적 건설과정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통해 자라나는 도시와 지어지는 자연의 풍경을 동시에 그려냈다. 작가는 전시장 안에서 지질학의 퇴적층을 연상시키는 인공적 설치물을 건설하고, 그 퇴적층에서 파편들을 발굴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그 파편들이 유리상자 속의 조각물로 가공되는 과정을 통해, 도시와 자연의 시간이 작가 자신의 시간으로 기록되는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를 창조하였다. 

[사진출처=정소영작가홈페이지]
[사진출처=정소영작가홈페이지]

2021년 창동레지던시 입주작가전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는 정소영의 2013년 작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의 제목을 빌려, 물리적 이동이 제한된 감염병 시대라는 맥락 속에서 ‘여행’의 의미를 돌아보고, 대안적 형태의 여행이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이분법적 사고와 고정불변함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시간과 공간이라는 환상을 극복하면 어떤 종류의 여행이 가능하게 될까.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인가. 

[사진출처=아트맵] '이미륵의 거울'(2021)
[사진출처=아트맵] '이미륵의 거울'(2021)

다르게 흐르는 자연과 도시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작가 자신의 시간으로 기록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소영은 이번 전시에서 일제 강점기 고향을 떠나 망명한 소설가 이미륵(1899~1950)에게 접속한다.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1946) 속에서 고향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으로 정서적 여정을 떠나는 그와 동행하며 작가는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흐려짐으로써 탄생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절대적 개념은 허상이라는 것이 상대성이론으로 밝혀진 지 한 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시공간이라는 제약과 환상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다른 곳, 다른 상태로의 이동을 끊임없이 욕망한다. 물리적 이동이 제한된 오늘날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은 여행이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보낼 시간과 상태에 대한 환상이라는 것이다. 

[사진출처=아트맵] '텍토닉 메모리 3장. 여행' 영상설치(2018)
[사진출처=아트맵] '텍토닉 메모리 3장. 여행' 영상설치(2018)

하지만 영원히 포개질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과 다른 시간 속의 어느 지점, 이곳과 그곳, 타자와 나, 자연과 인공, 생성과 소멸조차도 어느 한 차원에서 관찰할 때만 가능한 상대적 개념으로서만 존재한다. 표면상으로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중첩된 연기(緣起)적 실상에서 공존하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로에게 매 순간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분법적 사고와 고정불변함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이토록 생생하게 느껴지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환상을 극복하면 어떤 종류의 여행이 가능하게 될까.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는 것 또한 가능한가. 

[사진출처=아트맵] '(Un)balanced' 혼합재료 가변크기(2010)
[사진출처=아트맵] '(Un)balanced' 혼합재료 가변크기(2010)

지질학을 통해 역사의 면면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온 정소영 작가는 개인전 <해삼, 망간 그리고 귀>에서 지질학, 지정학, 해양학 연구를 기반으로 직조한 여러 이야기를 담은 아홉 점의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정소영의 조각은 우리의 삶을 둘러싼 무수한 물질이 지나온 시간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작가는 우연히 발견한 작은 돌맹이에서 지구의 시간을 상상하게 되었고, 자신이 딛고 있는 땅 속으로(지질학), 그리고 땅 위로(지정학) 시선을 이동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바다의 시공간(해양학) 속으로 상상의 지평을 옮겨 사유를 이어간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해삼’과 ‘망간’은 끊임없이 분화하는 잠재성을 지닌 유기체와 비유기체, 그것들이 지나온 시간을 비유하는 것이고 ‘귀’는 그것들에 다가가려는 인간의 태도를 의미한다. ​

[사진출처=아트맵] '굴러온 길' (2020-2021)
[사진출처=아트맵] '굴러온 길' (2020-2021)

‘굴러온 길’(2020~2021)은 2020년 강원도 원주에서 철수한 미군부 캠프롱의 시민개방 행사를 위해 제작된 작업이다. 이 조형물은 캠프롱에서 채집한 도토리, 솔방울, 낙엽 등과 함께 캠프롱 교회 내부에 설치되어 냉전시대, 전쟁, 국가안보 등의 궤적을 담았다가 대립과 동맹의 관계를 심해로 이동하여 생태계와 자연 구획의 궤적을 짚는다.

‘섬그리기’(2020)는 정소영이 2018년 가파도 레지던시(월간 「SPACE(공간)」 608호 참고)에 체류하던 중 촬영한 영상이다. 한 척의 배가 밧줄을 늘어뜨린 채 바다 위를 이동하며 원을 그리는 장면이 이어진다. 주변을 통합하는 원의 태도로 바다의 원초적인 힘과 이를 구분하는 이념의 경계를 흔들며 우리의 바다, 그리고 지구의 바다를 사유하게 한다. 

그 외에도 작가는 여러 개체의 시간과 역사가 교차하는 찰나와 궤적을 보여주는 아홉 가지 사건들을 통해 고정되어 있던 물체가 받아들이는 이에 의해 변화하고 확장되는 과정 또한 일련의 '사건'일 수 있다는 사유의 시선을 드러냈다. 

[사진출처=아트맵] '섬 그리기' Single change vido(2020)
[사진출처=아트맵] '섬 그리기' Single change vido(2020)

현재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전 지구적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태학적 세계관'을 탐색하는 국립현대미술관 《대지의 시간》에 참여하고 있다. '공생', '연결', '균형의 회복'을 지향하는 국내외 작가 16명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자리에 김주리, 나현, 백정기, 서동주, 장민승, 정규동, 정소영 등 한국 작가들의 신작과 올라퍼 엘리아손, 장뤽 밀렌, 주세페 페노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히로시 스기모토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져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상호 존중과 교감 속에서 파악하고,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며 공진화(供進化, co-evolution)하는 열린 공감대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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