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의 미학...지강 김판기 작가 개인전 ‘달항아리, K-아트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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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의 미학...지강 김판기 작가 개인전 ‘달항아리, K-아트의 중심에 서다’
  • 권혁탁 기자
  • 승인 2022.05.05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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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아트 갤러리, 5월 6일부터 5월 30일까지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K-아트의 중심에 서 있는 달항아리의 진수 선보이다”
[사진출처=혜원아트 갤러리] 지강 김판기 작가 개인전 ‘달항아리, K-아트의 중심에 서다’ 전시 포스터
[사진출처=혜원아트 갤러리] 지강 김판기 작가 개인전 ‘달항아리, K-아트의 중심에 서다’ 전시 포스터

[웰니스앤컬처뉴스 권혁탁 기자] 5월 6일부터 5월 30일까지 혜원아트 갤러리에서 ‘달항아리 명장’ 지강 김판기 작가 개인전 ‘달항아리, K-아트의 중심에 서다’가 열린다.

김판기 작가는 40여 년간 도예의 길을 걸어온 이천의 대표 도예 작가다. 미대에 진학하기 위해 그림을 배우던 와중, 국립 박물관에서 처음 본 청자를 보고 한 눈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 길로 스물 다섯의 나이에 배낭 하나만 든 채 무작정 이천 터미널에 내려 이 공방 저 공방을 다니며 도자기를 배웠다. 자신만의 가마(공방)를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36년이 흐른 지금, 그 청년은 이천 도자기 명장이 됐다. 김 명장의 대표적인 작품은 백자 달항아리, 빗살문양 청자 등이다. 

"백자에는 솔직함이 있어요. 투명 유약을 쓰기 때문에 속살이 훤히 들여다 보이거든요. 물레를 돌려 손으로 형태를 잡기 때문에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요. 작가의 솔직함과 재료의 솔직함이 모두 드러나게 되는 거죠. 그게 백자의 매력인 거 같아요. 단단하다는 장점도 빼 놓을 수 없지만요." 김 명장의 작품 철학도 백자를 닮았다.

"번잡한 기교와 다채로운 색채의 표현보다는 대토와 유약의 고유한 특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업을 지향하고 있어요. 제가 투명한 유약만을 고집해 사용하는 이유도 이와 같아요. 대토의 솔직함을 집약할 수 있는 재료니까요." 명장의 타이틀을 얻었지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작품에 접목시키며 그의 작업은 더 부단해졌다.

과거와 전통에만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전통 기법을 지켜내면서도 현대의 식(食) 문화와 적절하게 융합된 그릇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의 전통에 동참한다고 할까요? 전통적인 방법은 고수하되 이 시대에 유행하는, 현대의 문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릇이라는 건 옛 것도 훌륭하지만 지금의 문화와 접목 됐을 때 인기를 얻고 사람들이 사가잖아요. 고유의 정체성과 뿌리는 가져가되 현대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공방 이름처럼 그것 또한 물 흐르듯 변화를 수용하는 방식이 아닐까요?"

2000년 동아공예대전 대상, 2008년 경기도 공예품 경진대회 금상, 2008년 유네스코 우수 수공예품 지정, 2012년 광주 백자공모전 대상 등 2016년에는 이천 도자기 명장에 선정됐다. 그의 작업실 ‘지강도요’는 이천 도예촌에 20여년 동안 터를 잡고 있다.

지강도요(之江陶窯)는 명인의 스승이 지어준 작업실의 이름이다. 강물처럼 유유한 생을 산다는 뜻으로, 작품을 만듦에 있어서도 서두르지 않고 도도하게 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작업 스타일도 이처럼 솔직하고 순수하다. 화려한 기교나 색채보다는 대토와 유약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방향을 추구하며 전통 속의 본질과 모던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그의 끝없는 화두다. 

그가 생각하는 달항아리의 미학은 수치화되고, 공식화된 서구식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백자 달항아리는 대토에서 우러나오는 그 본연의 색깔을 중시합니다. 요새 트렌드는 아주 매트하고 하얀 질감을 선호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조선백자는 일본이나 중국 자기와 달리, 근본에서 우러나오는 색을 중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더 깊이가 있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스며 나오니까요"

이어 김판기 작가는 “청자는 색, 백자는 형이 우선이어야 하는 건 잘생겨야 하기 때문입니다.어색하지도 않고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어요. 이 달항아리도 굽이 입보다 작아야 한다는 정도 외에는 모두 조화로움의 영역이예요”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혜원아트갤러리]
[사진출처=혜원아트갤러리]

달항아리는 현재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K-아트의 중심에 서 있다. 국내외로 달항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K-아트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설가 알랭드 보통은 그의 저서에서 “달항아리를 보면 강렬한 감동과 용기를 얻는다”고 표현했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도 달항아리 20점을 구매해 세계 여러 곳의 로에베 매장을 꾸몄다. 평창올림픽 때는 달항아리 성화대가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각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BTS RM (김남준)도 달항아리 컬렉션을 SNS를 통해 공개하여 화제를 모았다.

20세기 초, 영국의 유명한 현대 도예가인 버나드 리치는 경성에서 달항아리를 구매 후 귀국하며 “나는 행복을 안고 간다”고 표현했다. 기나긴 팬데믹의 밤이 지나고 행복을 가득히 품은 달항아리가 떠오르는 봄이다. 솔직하고 순수한 백자를 바라보며 모두가 자신만의 진정한 행복을 품에 안아 보는, 아름다운 감동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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