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 치매 친화적인 희망의 기록
상태바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 치매 친화적인 희망의 기록
  • 황상열 기자
  • 승인 2022.09.29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예춘추사,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출간
[사진출처=문예춘추사] 도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사진출처=문예춘추사] 도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웰니스앤컬처뉴스 황상열 기자]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다. 건망증은 일반적으로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지만, 다른 사고력, 판단력, 기억력, 주의력 등의 사고 능력은 정상이어서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반면 치매는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인격 등 다양한 정신 능력에 장애가 발생함으로써 지적인 기능이 지속적으로 감퇴되기 때문에 삶의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

9월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문예춘추사가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출간했다.

저자 ‘웬디 미첼’은 7년 전인 2014년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게 됐다.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 당사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진짜 치매 이야기,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한마디로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의 기록이다.

웬디 미첼처럼 최근 ‘젊은 치매 환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치매는 병의 진행이 급속하지는 않아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선명히 이어지는 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설령 치매 환자가 돼도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그리고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낙관적인 성향의 저자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면서도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아주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 즐거움의 하나가 바로 ‘기록’이다. ‘치매’라는 어두운 영역을 밝은 곳까지 끌고 나와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치매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도 유용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치매의 증상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기억력’을 떠올린다. 하지만 치매에 대한 변화는 좀 더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억에서는 치매 환자의 ‘감각’, ‘감정’, ‘관계’, ‘의사소통’, ‘환경’, ‘태도’ 등 치매가 불러오는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들여다보며 카테고리화했다.

책 속에는 우리가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정보들로 가득하다. ‘치매 말기가 되면 환자는 다른 시간대로 퇴행한다. 예를 들면 현재의 꿈을 꾸지 않고 과거의 꿈을 꾸는 것이 그것이다.’, ‘고기를 먹을 때 어느 정도 씹었고, 어느 만큼을 더 씹어야 삼킬 수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해 자주 체한다, 이것은 뜨거운 것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뇌가 눈에서 수용한 메시지를 해석하지 못해 시각적으로도 환청, 환영 등에 자주 노출되기도 한다.’ 등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했다. 우리가 ‘환자’로서만 그들을 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저자는 치매 판정 이후 사회나 병원, 모두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진단 이후에도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을 헌신적으로 하고 있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사실상 인생에서 충격적인 사건인 치매에 관한 이야기다. 거부할 수 없는 사건을 맞닥뜨린 이들에게 어떻게든 최선의 삶을 살 것을 조언하는 저자의 치매 기록은 가슴 뭉클해지는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마따나, 치매 환자라고 해서 도대체 왜 인간적인 삶을 멈춰야 한단 말인가.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치매 환자를 비롯해 치매라는 질병에 곤혹스러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리고 지금 치매 환자 곁에서 손잡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선물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치매는 실망스러운 진단이지만,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이 치매에도 시작과 중간, 끝이 있다. 이 병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내가 어디 에 있는지 과연 누가 알겠는가. 현 시점에서 내가 보는 것은 치매를 안고 사는 내 이야기의 총량 중 한 조각일 뿐이다. 내 이야기가 다른 치매 환자가 영위하는 삶의 방식과 정말로 다른 것일까? 결국 내가 유일하게 확신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금 의 나는 오늘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해변 태양 아래에 발끝을 쭉 뻗고 앉아 멀리 보이는 구명정 승무원 이 구조 요청에 응하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파도가 너무 강하다는 것을 승무원은 안다. 그들은 쓰라린 경험을 통해 파도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조류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한다. 우리가 치매에 대처할 때도 똑같다. 파도와 싸우려고 하면 물에 빠져 죽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파도를 타기로 했다.

사람들은 그 뒤에 일어날 일 때문에 가을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가을은 풍부한 색상과 다양한 과일로 가득하다. 가을은 계절의 말미에 있다. 그렇다. 즐거운 여름, 심야의 잔디밭, 머리 뒤로 느리게 넘어가는 태양에 작별 인사를 한다. 가을은 본질적으로 서서히 꺼지는 빛이다. 치매 같은 병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계절이 있을까? - 「치매 친화적인 ‘환경’」 중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0길 33
  • 전화번호 : 02-499-8014
  • 팩스 : 0508-940-8014
  • 이메일 : yjsqueen@naver.com
  • 웰니스앤컬처뉴스 사업자번호 : 414-06-64165
  • 개업연월일 : 2019-11-05
  • 발행·편집인 : 유지선
  • 신문사업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 52779
  • 등록일 : 2019-12-3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
  • Copyright © 2024 웰니스앤컬처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jsqueen@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김숙정 010-8817-7690 magarite@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