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이고 강렬한 보라색의 향연, 제여란 개인전 'Road to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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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이고 강렬한 보라색의 향연, 제여란 개인전 'Road to Purple'
  • 한은경 기자
  • 승인 2022.11.07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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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27 ~ 2023. 1. 19, 스페이스K 서울에서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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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처뉴스 한은경 기자] 지난 30여 년간 추상 작업을 통해 회화와 조형 언어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제여란이 ‘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인전 'Road to Purple'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이번 전시에는 ‘보라색’을 전면에 내세우며 가로 4m가 넘는 대형 신작을 선보인다. 새로운 색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는 스퀴지를 활용해 자신의 몸짓으로 캔버스 안에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고 있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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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여란 작가는 보라색에 대해 붉은색과 푸른색이 결합된 색이지만 그 자체로 단독의 색이며 까다롭고도 고귀한 자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탐구해온 색채 흐름에 주목했다. 90년대 검은색을 다루며 질감이 두드러진 회화는 2000년대 초반 어두운 톤의 푸른 색조와 붉은 색조의 운동성을 강조한 회화로 이어진다. 본격적으로 스퀴지를 활용한 추상회화는 율동감이 강조되며 다채로운 색으로 공간을 압도한다. 전시 제목 'Road to Purple'은 이렇게 특정한 색으로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작가의 회화적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캔버스 위에 또다시 새로운 색을 펴 발라 쌓아 올려 질감을 두드러지게 하고 판화를 만들 때 쓰는 스퀴지 같은 도구를 사용해 몸의 움직임을 반영한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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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듯한 에너지는 화가 제여란의 창작의 동력이다. 변화무쌍하게 무한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듯 하기도 하고, 거대한 폭풍우가 지나간 듯 회오리 같은 흔적처럼 보이는 그녀의 작품은 붓이 아닌 '스퀴지'(squeegee)의 효과이다. 물감을 밀어내는 도구인 스퀴지와 서로 대항하면서 화가도 묘한 쾌감을 느끼고,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새로운 색을 펴 발라 지속해서 쌓아 올리며 밀고 당기는 긴장과 조율, 색과 색 사이 펼쳐진 빛의 다발을 통해 자유로운 에너지가 발산된다. 

제여란 작가는 1988년 이후 2021년 현재까지 17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2017년에는 제3회 전혁림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80년대의 판화 실험과 1990년대의 검은색 추상화에서 2000년대의 '되-ㅁ' 연작과 최근의 '어디든 어디도 아닌' 연작에 이르기까지 30여년간 회화를 향한 열정적인 행로를 쉼 없이 지속하고 있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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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통적인 회화 도구인 붓이 아니라, 판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던 초창기에 접하게 된 스퀴지(squeegee)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회화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부단히 고민하며 쉼 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면서 회화의 의미와 가치가 퇴색되고 일시적이고 감각적인 영상매체가 대중 속에서 범람하는 이 시대에 자신의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회화의 삶’을 지켜오고 있다. 

무수히 반복된 전신의 힘으로 두터운 물감층을 켜켜이 쌓아올리며 회몰아치듯 압도적인 기운을 발산해내는 그의 작업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났는지 짐작할 수 없다. 이는 끊임없이 살아움직이고 순환하는 자연처럼 시작과 끝이 무수히 겹치고 이어져 있는 '어디든 어디도 아닌 세계'가 구현되는 창조의 흔적들이다. 

[사진출처=웰니스앤컬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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