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앤컬처뉴스 한은경 기자] 갤러리현대에서 마술과 신화가 뒤섞인 환타지 리얼리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서사성이 담긴 극적인 연출을 이미지로 환원하고 있는 작가 박민준의 개인전 'X'가 2023년 2월 5일까지 열린다.
미술작가 박민준은 전통적인 고전 회화가 전하는 보편적인 서사와 재현의 마술적 효과를 동시대 회화 언어로 연구 및 계승하고 있다. 그는 소설을 쓰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드로잉이나 회화, 조각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이미지와 텍스트를 연결한다.
그가 펴낸 두 권의 소설 중 '라포르 서커스'(2018)는 천재 곡예사 라포와 그의 동생 라푸를 중심으로 서커스 단원들의 이야기를 그렸고 '두 개의 깃발'(2020)은 미술사학자 알리자린이 600여년 전 활동한 화가 사피에르의 마지막 그림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번 전시는 이런 작가의 작업방식과 새롭게 시도하는 작업을 함께 보여준다. 그는 인간의 삶과 죽음, 그를 초월한 꿈과 이상, 예술의 창조적인 위대함과 가치 등의 철학적 주제에 몰입하며 작업하고 있다.
'라포르 서커스'나 '두 개의 깃발' 연작들이 구체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신작 'X' 연작은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이나 대상을 풍경화나 정물화 양식으로 자유롭게 그린 작품이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스코틀랜드의 바닷가 등 실제 풍경을 배경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상황이나 캐릭터를 넣은 그림은 작가 특유의 고전 회화 같은 느낌은 여전하지만,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박민준 작가의 그림을 마주하면 놀라운 기교에 깜짝 놀라게 된다. 섬세하고 미묘한 표정까지 포착해내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 때문에 실제 눈앞에 있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장면이다.
지하 전시장은 마치 무대처럼 꾸며져 신작 '콤메디아 델라르테' 연작이 걸렸다. 펜스가 쳐진 어두운 공간 속에서 동물 가면을 쓴 아홉개 인물의 초상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채 공중에 걸려 있다. 관람객은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관람석에 앉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콤메디아 델라르테는 16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즉흥 가면극이다. 작가는 원래 콤베디아 델라르테 캐릭터의 포즈와 복장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얼굴에 개와 올빼미, 토끼, 고양이 등 동물 가면을 입혔다. 그리고 해당 캐릭터마다 대사를 만들어 캐릭터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전작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창조해냈던 과정과 달리 이번엔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이야기를 덧붙여 새로운 변화를 줬다.
이전 전시의 색다른 재미 중의 하나는 작품 곳곳에 숨겨진 전시 제목인 'X'다. 'X'는 로마자로 숫자 10이자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 미지의 가능성이자 과거 작품과 새로운 작품의 연결성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관람객들은 환상적이고도 즐거운 미지의 세계로 빠져드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