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레랑스(tolérance), 의도적 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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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랑스(tolérance), 의도적 용인
  • 조재숙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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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앤컬쳐뉴스 조재숙 칼럼니스트] 똘레랑스(tolérance)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언제부터인가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똘레랑스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의 하나이다. 우리말로는 ‘관용’이나 ‘아량’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똘레랑스는 동양적 의미인 너그러움을 넘어, ‘자신의 이념과 신념이 귀중하면 상대의 것도 똑같이 귀중하며 자신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상대를 존중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똘레랑스를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필립 사시에(Philippe Sassier)의 책, <왜 똘레랑스인가(Pourquoi la tolérance)>에서 표현한 것처럼 ‘내가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의 의견이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지만 그대로 용인하는 것’ 즉, ‘의도적인 용인’을 의미한다.

[사진출처=canva]
[사진출처=canva]

언론에서 똘레랑스를 들을 때마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협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서로 내 것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며 비방하고 헐뜯을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용인을 통하여 상호 협조와 보완을 오랫동안 바라왔기 때문이다.

서양인은 명사로, 동양인은 동사로 세상을 본다. 서양인은 보려 하고, 동양인은 되려 한다. 지난 2008년 <EBS 다큐프라임>에서 다룬 주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비롯된다고 말한다. 서양 사람들은 우주 공간이 텅 비어있으며, 그 공간에서 사물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반면 동양인들은 우주는 기(氣)로 가득 차 있고 그 기가 모여 사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와 사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두 물체가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양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유목민과 접촉하면서 계약적, 합리적, 이성적인 면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서양은 집단보다 개인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편, 동양은 예부터 농경 유교 문화였다. 소수가 모여 촌락을 이루는 공동체 생활을 하였고 같은 핏줄을 지닌 사람들이 더불어 살게 되면서 혈연, 지연을 강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의리와 정과 같은 감정적인 면을 고려하여 개인보다는 집단의 유대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것이 서양인들의 개인주의 성향과 동양인들의 공동 연대의 성향이 보여주는 문화 차이를 나타내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는 질병을 바라보는 의학적 시각에도 큰 차이를 만들었다. 서양의학은 주로 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세포의 이상을 발견하여 증상을 억제하는 약물을 쓴다. 예를 들어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항암제, 또는 수술 같이 직접 공격하거나 제거하는 치료를 주로 하는데 때로는 이 과정이 우리 몸에 해가 되기도 한다. 반면 동양의학 치료는 병의 원인인 병독과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인 사기(邪氣) 등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의 복구에 더 주목한다. 그래서 즉시로 해야 하는 집중적인 치료를 놓치는 경향도 있지만, 전신적인 저항력, 즉 자가면역의 복구 등을 통한 자연치료에 비중을 둔다. 그러므로 동양의학의 치료법은 대체로 방어적이며 우리 몸에 해가 되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반적인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관점 차이를 살펴보자. 첫째. 서양의학의 관점이 분석적인데 반하여, 동양의학의 관점은 총괄적이다. 둘째, 서양의학은 실험적이고, 동양의학은 경험적이다. 셋째, 서양의학은 해부학적인 입장이고, 동양의학은 각 기관을 보는 관점이 총체적 기능 위주이다. 넷째, 서양의학은 질병 위주이고, 동양의학은 인간의 타고난 자생능력으로 총체적 건강을 회복한다는 관점이다. 이렇듯 상이한 체계 속에 있지만,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일하게 하나다. 바로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병증 초기에, 또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병 자체를 제거하는 서양의학적 치료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각을 좀 더 넓혀 그 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배경인 사람의 삶을 보호하면서 병을 다스리는 방어적인 동양의학적 치료를 병행한다면, 보다 질 높은 치유의 길 위에 설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 서로 대립하고 이권 다툼에 급급한 대신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똘레랑스! 의도적인 용인을 통하여 서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함께 연구하는 분야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조재숙 칼럼니스트

-통합치유전문가
-제이에이치(JH) 교육컨설팅 대표
-제이에이치(JH) 이어테라피연구소 소장
-경남도립거창대학 스포츠재활운동관리과 외래교수
-부천생애학교 가톨릭대학교 이어테라피 강사
-경남도립거창대학 총장표창장 수상
-우수논문상(건양대 보건복지대학원 치유선교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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